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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개그맨 출신 뮤지컬배우'인간욕..
사회

‘개그맨 출신 뮤지컬배우'인간욕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4/06 14:55 수정 2015.04.06 14:55
뮤지컬 '영웅' 정성화 "좀 더 깊어진 안중근 보여줄 것"…




뮤지컬배우 정성화(40)는 무대 위에서 '영웅'으로 기억된다. 뮤지컬 '영웅'의 안중근, 뮤지컬 '레 미제라블'의 장발장,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의 (중반까지 안티 히어로 성향의 풍자성격도 있지만) 돈키호테가 그렇다. '라카지'의 게이 '앨빈' 역시 편견을 깨는 캐릭터라는 걸 감안하면 영웅의 면모를 띤다.
정성화 표 영웅 캐릭터의 공통점은 '인간적' 이라는 것. '개그맨 출신 뮤지컬배우'라는 꼬리표가 무색할 정도로 뮤지컬스타로 자리매김한 그다. 하지만 전형적인 뮤지컬스타들과 다른 행보로 인해 인간적인 면이 좀 더 부각된다.
2009년 초연한 뮤지컬 '영웅'의 정성화도 그래서 남달랐다. 2007년 톱스타 조승우와 함께 돈키호테를 연기한 '맨 오브 라만차'를 통해 주연배우로 우뚝 선 그는 '영웅'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2012년까지 이 작품에 몇차례 출연한 뒤 '라카지' '레미제라블'로 스펙트럼을 넓혔다. 3년 만에 관객들을 다시 찾는 정성화의 안중근은 그래서 더 깊어져있었다.
최근 서울 오금동 에이콤 인터내셔날 연습실 인근에서 만난 정성화는 "안중근 의사에 대해 더 공부를 하고 있다"면서 "특히 정신적인 무장에 신경 쓰고 있다"고 눈을 빛냈다.
"안중근의사 기념관도 가보고 관련 서적도 다시 보고 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투사 안중근 이미지가 머리에 있었는데 지금은 철학자 또는 종교인의 면모 인간적인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 독립운동을 하면서 동료들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나를 지키는 책임감에 힘들어하는 부분을 이번에는 더 부각시키고 싶다. 3년 만에 마주하는 '영웅'이다 보니, 아무래도 다른 각도로 보고 싶었다."
영웅들을 연기할 때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접근한다"고 웃었다. "제가 사실 조각 같은 외모가 아니잖나. 그러다 보니 좀 더 많은 분들이 공감하실 수 있는 것 같다"고 여겼다.
안중근 의사는 만 서른 한 살에 세상을 떠났다. 올해 만 마흔살이 된 정성화는 나이가 들수록 젊은 안중근 연기에 신경을 써야 한다.
정성화의 또 다른 강점은 노래. 클래식한 창법과 드라마를 잘 녹여내는 감정선이 돋보인다. "'노래의 여정'을 중시한다. 노래 안에 다음 장면, 다음 노래로 이어지는 부분을 잘 살려내야한다." 그는 "제대로 된 노래 교육을 받지 않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매번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뮤지컬 '영웅'의 강점 중 하나는 노래라고 했다. "고급스럽고 세련됐다. 고리타분하지 않고. 부를 때마다 뜨거워진다. 안중근 의사가 부각되다 보니 뮤지컬적인 재미가 가려졌는데 내부적으로 매력적인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윤호진 에이콤 인터내셔날 대표를 비롯해 뮤지컬 '영웅' 팀은 지난 2월 중국 하얼빈 공연을 다녀왔다.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바로 그 역사적인 현장이다. 정성화는 '라카지' 일정으로 당시 합류하지 못했지만 2009년 '영웅' 초연 전에 현지 답사를 한 바 있다.
"하얼빈역, 뤼순 감옥 등 안중근 의사의 행적을 밟아보면서 굉장히 마음이 숙연해졌다. 생각보다 뮤지컬 '영웅' 중국 공연이 늦어졌지만 스타트를 잘 끊어서 뿌듯하다. 베이징, 상하이 공연을 하게 되면 꼭 출연하고 싶다. "
대극장 뮤지컬의 잇따른 러브콜을 받고 있는 정성화는 점차 "소극장 뮤지컬에 출연하고 싶다"고 했다. '아이 러브 유'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소극장 뮤지컬에서 이미 섬세한 감정 표현을 인정 받은 그다. "작은 연기가 일단 기본적으로 바탕이 돼야 한다"는 마음이다.
아울러 '영웅' 같은 창작 뮤지컬 작업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하고 싶다고 했다. "리딩 공연에도 많이 참여하고 싶다. 영국에 갔을 때 현지 배우들이 바를 하나 빌려 거기서 뮤지컬 공연, 갈라 콘서트를 여는 것을 봤는데 참 좋았다. 티켓값은 우리 돈으로 약 8000원. 그런 것을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좋더라."
'댄싱퀸'(2012), '해적 : 바다로 간 산적' 등 영화에서도 호평 받았던 정성화는 본격적으로 스크린의 문을 두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한국에서는 불모지인 뮤지컬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눈을 반짝이기도 했다. "뮤지컬 영화 '레 미제라블'의 노래는 현장에서 배우들이 불렀다. 영화임에도 현장감이 살아난 이유다. 한국에서도 그런 멋진 작품이 만들어지면 꼭 출연하고 싶다."
정성화는 지난해 딸을 얻은 뒤 배우로나 개인적으로나 변화가 생겼다고 했다. 장발장, 앨빈 등 최근 그가 자식에 대한 사랑이 돋보이는 역을 잇따라 맡은 것이 우연처럼 보이지 않는다. '영웅'의 안중근은 반대로 어미의 사랑을 절감하는 캐릭터지만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됐으니 그 만큼 더 애틋해졌다.
"'레미제라블' 1막 마지막에 아이가 죽는 장면이 있다. 그 때 아이가 있는 배우들이 한참 울더라. 이제 그 심정을 절실히 알게 됐다. 지금 '레미제라블'을 하면 좀 더 감정 표현이 다르겠지. '영웅' 역시 마찬가지다.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 조 마리아 여사의 마음이 좀 더 짐작이 되니 연기가 달라질 것 같다."
이처럼 작품과 연기는 "나를 성찰하게 해주는 좋은 교재"라고 했다. "지금 '영웅'을 연습하며 일희일비하면서 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조급하게 살아왔는데."
뮤지컬 '영웅' 14일부터 5월31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 또 다른 안중근 민영기 강태을. 설희 리사 오진영 임정희. 연출 윤호진, 극본 가사 한아름, 작곡 오상준, 음악감독 김문정, 무대디자인 박동우, 안무 이란영. 러닝타임 160분(인터미션 20분 포함). 6만~12만원. 에이콤 인터내셔날 인터파크씨어터. 1544-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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