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과 다이아몬드
▲ © 김찬곤 경북과학대 교수 “물을 ‘물 쓰듯’ 해서는 안 될 일, 이번 ‘세계물포럼’으로 새로운 인식을”
사람은 물이 없으면 생존할 수 없지만, 다이아몬드는 없어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원래 값이라는 것은 저절로 귀중한 만큼 매겨지는 법인데, 없어도 살 수 있는 다이아몬드가, 없으면 절대로 살 수 없는 물보다 엄청나게 비싼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희소성의 법칙' 때문이다. 없어도 되는 다이아몬드가, 없으면 안 되는 물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양이 희소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그 양의 많고 적음이 언제나 가격으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 경우 다이아몬드가 물보다 비싼 것은, 적은 존재량 때문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고대 그리스 철학자는 만물의 근원으로 ‘다이아몬드’가 아니라 '물'을 꼽았다. 그만큼 물의 존재를 절대적으로 생각했다. 생물체를 구성하고 있는 여러 물질은 물 이외에도 많긴 하지만, 그 중에서 물은 생물체 중량의 70% 이상을 차지하여 이를 언급하지 않고는 설명이 불가능하다. 사람도 체중의 약 3분의 2가 물로 되어 있어, 생리적으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그런데 이런 귀중한 물이 그동안 제대로 대접을 받아오지 못했다. 일상적 표현에서조차도, 약간은 어리숙한 사람을 일컬어 ‘물 같은 사람’이라 하고, 그냥 허투루 마음대로 낭비하는 모습을 빗대어서는 ‘물 쓰듯 한다’고 핀잔을 주며, 매사 하는 일이 분명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을 일컬어서는 ‘물에 물 탄 듯하다’고 빗댄다.
이런 물이 이제는 그 가치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이 지난 달 31일 “우리 속담 ‘물 쓰듯 한다’는 앞으로 적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제7차 세계물포럼’을 앞두고 과거처럼 물을 저절로 얻어지는 대수롭지 않는 흔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경종의 메시지로 해석된다. 함부로 낭비해서는 안 될뿐더러 또 그런 환경이 아님을 강조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가 유엔이 선정한 물부족 국가이고, 이번 봄 가뭄이 극도로 심하여 저수율이 최저수준인가 하면, 전국적으로 물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연일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물의 가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요구하는 대목이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우리지역의 ‘세계물포럼’은, 물이 갖는 소중함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점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단순한 전시적 일과성의 행사가 아니라 진정 물과 관련된 모든 정책을 선도적으로 펼쳐나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도 있다. 최근의 기후변화에 따라 물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미래핵심과제로 떠오르는 시점에서 열리는 행사이기에 관심을 받고 있기도 하지만, 삶의 질에 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히 커져 갈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전망이고 보면, 향후 물시장 규모의 가파른 확장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함은 당연하기까지 하다.
우리나라 물산업 인프라는 잘 구축되었다고 한다. 국내 상수도 보급률은 98%나 되고 하수 처리율도 91%로 아시아 국가들 중에서 최고의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을 관리하고 처리하는 기술적 수준에서는 선진국의 80%이하의 수준이고, 물시장 규모도 세계 2% 정도라는 통계가 있다. 최근 10년 간 해외 물사업 관련 실적은 126억 달러정도 밖에 되지 않으며 그나마 상하수도 수주액에 집중되어 있어 다변화의 필요성이 절실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우리는 다이아몬드에 지나치게 매달려 물이 갖는 가능성과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아몬드에 집중하다보니 언제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 물에 대한 무관심에, 이제 물이 반격을 하지는 않을지 은근히 걱정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번 ‘세계물포럼’은 우리나라의 물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고, 그 기술수준을 점검하여 전 세계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 물은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얻을 수 있는 무한한 자원이 아니라 다이아몬드로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존재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