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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성완종의 ‘사자후(死自吼)’..
사회

성완종의 ‘사자후(死自吼)’

운영자 기자 입력 2015/04/20 16:01 수정 2015.04.20 16:01
▲     © 곽경호 언론인  공직자 정치인 등에게 제공하는 뇌물, 불법 정치자금은 부패의 바로미터다. 규모가 크든 작든, 주고 받은 자는 십중팔구 부정 부패와 연결된다.
  뇌물을 주는 자는 반대급부를 노린다. 당장의 이익을 바라기도 하고, 관리차원에서 또는 보험용으로도 뇌물을 제공한다. 받은 자는 결국 목이 마를 수 밖에 없다.
  현대 들어 뇌물의 역사도 다양하다.
 국내 사건 기록을 살펴보면, 역대 가장 쩨쩨한 뇌물은 냉면 한그릇이다. 반면 가장 부피가 큰 뇌물은 아파트였다.
  지난 1968년 모 도청 공무원 정모씨는 업무차 한 기업체에 들렀다가 냉면 한그릇을 얻어먹었다.
  하지만 소문이 알려져 하루아침에 부패 공무원으로 낙인이 찍힌다. 공무원 정씨는 얼마후 직위해제 당했다.
  다소 어처구니없기도 하지만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충분히 '반면교사'로 삼을 만한 사례다.
  10년 뒤인 78년에는 역대 가장 부피 큰 뇌물이 등장한다. 당시 서울 압구정동에 분양된 한 아파트는 특혜 분양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350여가구를 분양하면서 절반 이상인 190여가구가 공직자들에게 분양됐기 때문이다.
  건설업체가 사업편의를 얻기 위해 공무원들에게 사실상 아파트 한채씩을 뇌물로 준 사건이었다. 이후 관련 공무원들이 무더기로 형사처벌 받았음은 당연하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나서는 '性 뇌물'이 등장한다.
  지난 2009년 촉망받던 20대 여성 연예인 장자연씨가 자살하면서 드러난 이른바 '장자연 스캔들'. 당시 장씨가 자살하면서 남긴 '성상납 리스트' 등으로 세간이 떠들썩했지만 정작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사건 당사자인 장씨가 사망하면서 진실규명이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최근 '성완종 리스트'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진실 규명이 전제된다면 결과는 '메가톤 급'이다.
  6년전 장자연 사건과 굳이 연결짓자면 당사자가 '뇌물 리스트'를 남기고 사망했다는 점이다. 또 여러 저명인사가 추악한 '스캔들'에 휘말리게 된 점도 닮았다.
  하지만 결과까지 닮아선 안된다는 점은 점점 분명해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살 당일 평소 사용하던 휴대전화 2대를 지닌채 집을 나섰다. 북한산으로 오르기 전에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폭로'를 한다. 자살 직전에는 작은 메모지에 마지막으로 '리스트'를 적었다.
  자살을 앞둔 사람이 휴대전화 2대를, 그것도 켜놓은 상태로 소지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까지 자신을 구명해줄 전화를 기다린 것으로 보인다.  
  또 언론 폭로 내용을 믿지않을 경우에 대비해 최후로 '육필 메모'를 남긴게 아닌가 추측된다.
  죽은자는 말이 없다. 하지만 성 전 회장은 '사자후 (死自吼)'를 남겼다. 그의 마지막 행보는 '죽은자 스스로 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단 던진 셈이다.
  이제 공은 검찰의 몫이다.
리스트에 올랐다는 사실만으로 결과나 혐의를 결코 예단해서는 안된다. 반면 사자(死者)의 울부짖음 정도로 대충 묻혀서는 더욱 안될 일이다.
  검찰의 명운을 건 수사, 그에 걸맞은 진실 규명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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