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는 한국으로 나타났다는고 조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17.7%에 달했다고 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수정 세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두 달 만에 0.4%포인트 낮춰 3.3%로 제시했다. "한국은 높아지고 있는 가계의 레버리지(소득 대비 부채의 비율) 탓에 추가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게 이유라는 것이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에 비해 규모가 작은 저소득층의 생계형 대출과 부채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떻게든 부동산 거래가를 높여 돈이 돌게 만들겠다는 정부 방침이 실질적인 시중금리 인하와 동결로까지 이어졌지만 다른 한편에선 내 집은커녕 당장 생계비를 위해 고금리의 소액대출을 받는 저소득층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게다가 생계가 달린 이 대출금리는 낮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는 다른 계층보다 더욱 심각한 형태라고 한다. 실제 생활에 미치는 부채의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목돈이 필요한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지 않더라도 저소득층에서는 이미 빚으로 생계를 꾸리는 적자가계가 만성화된 양상이다. 당장 먹고 사는 것이 필요해 대출을 받기 때문에 저소득층 가구에서는 대출을 못 받거나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야 할 때마다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것이다.
저소득층이 주로 찾게 되는 높은 금리의 저축은행이나 소비자금융 외에 시중은행 가계대출의 자금 용도도 바뀌는 형세라고 한다. 집을 살 수 없어 전월세로 거주하는 세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난 점도 확인된다. 전월세 지불에 쓰이는 주택임차용 대출 비중은 2012년 3%대에서 해마다 높아져 4%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그에 따라 월세가격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진 탓이라 분석하고 있다.
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늘리면 부동산경기 활성화와 함께 경제 전반에 돈이 돈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정부는 전체 대출을 늘리면 고금리 대출기관을 벗어나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입장을 폈다. 하지만 한국은행의 '차주 특성별 은행 가계대출 잔액 현황' 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서는 주택대출 규제완화가 이루어진 지난해 8월 이후 비은행금융권의 대출잔액 변동률이 0.0%로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고 한다. 고·중소득층에서는 각각 0.1%, 0.3% 줄어든 것과 비교되는 수치로, 결국 저소득층은 낮은 신용 때문에 여전히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은행 외의 대출처를 찾고 있다는 결론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