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프린터의 편의, 인간본성을 넘어설 수는 없어”
▲ 김찬곤 교수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3D라고 하면 소위 ‘3D업종’을 먼저 떠올렸다. 어렵고(Difficult), 더러우며(Dirty), 위험한(Dangerous) 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피하는 업종을 의미한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Dirty, Dangerous and Demeaning(품위를 떨어뜨리는)이라고 하기도 하며, 최근에는 Distant(거리가 먼)라고 하여 너무 먼 거리를 오가며 일하는 경우를 일컫기도 하고, Dreaml
ess(희망이 없는)를 덧붙여 4D라고 부르기도 하는 등, 한 결 같이 부정적인 직업의 유형으로 분류되고 있다. 다른 직종에 비해 어렵고 힘들어서 구직희망자를 구하기 어려운 직업을 이르는 용어로 쓰이기도 하고, 지금은 저소득의 직업전반을 지칭하는 용어로도 곧잘 인용되기도 한다.
그런데 최근에는 3D라고 하면 ‘3D프린터’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그 기술발전을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3D프린팅 산업을 '제3의 산업혁명'이라고 까지 일컬어지고 있는 유망산업으로 최근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데다, 그 성과도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이는 제조업의 획기적 성과를 가져올 새로운 원동력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한 리서치기관은 작년 약 11만 대에 달한 3D 프린터 출하량이 올해는 약 2배로 증가하고, 3년 뒤에는 230만대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는 등, 단순 그 숫자만 보더라도 그 수요가 엄청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게다가 개인용 3D프린터 기업들이 각각의 특징을 가미한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며 그 성능의 우수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어 향후 이 시장에서의 소비자 부응이 대단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 의견이고 보면, 차제에 이에 대한 사회 전반적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올해 하반기만 하더라도 기존 제품보다 더 작고 저렴한 제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고, 음식까지도 출력할 수 있는 푸드 프린터 제품군 등이 국내 시장에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전문가는 물론 일반사용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용 수요에 맞춘 각각의 개별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고 하니, 과히 상전벽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 일반 프린트가 주어진 명령에 따라 물체를 평면적으로 찍어내는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입체적으로 생성해내어 물건 자체가 하나 더 생기는 것이므로, 그 물건의 성질에 따른 고유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취지에서다. 의료분야에서는 물론이고, 정밀 기계설비, 장신구디자인 등 전문적인 작업에는 크게 기여할 수 있겠지만, 사회해악을 조장하는 범죄성 물건의 생산도 손쉽게 할 수 있어, 자칫 사회 전반적인 도덕적 해이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의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농업분야에서의 3D프린터 활용에 대한 논의는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상용화되고 있는 자동차, 의학 분야의 3D프린터는 생활의 질을 높이는 것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농업분야에서의 3D프린터는 미래 인류가 겪을 지도 모르는 식량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외국기업은 축산업이 제공하는 인류의 고기수요를 대체하는 양 만큼을, 3D프린터 기술로 인공적인 고기를 제공하겠다고 나서고 있고, 식용곤충을 만들겠다고 하는 기업도 등장하고 있는 것이 그런 맥락이다. 우리도 향후 10년쯤에는 필요한 농기계들의 제조파일을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3D프린터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될 것이라고까지 한다.
어쨌든, 3D프린터 기술을 통해 기계는 물론이고 사람이 먹는 음식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술개발은 당연히 필요해 보이지만, 이에 따른 역기능이나 부작용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첨단과학의 발전으로 얻게 될 편리함 뒤에 숨어 있는 인간 본성은 그 어떤 이유로도 훼손되지는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