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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집안싸움 부른 통합당·한국당 합당 밀당..
정치

집안싸움 부른 통합당·한국당 합당 밀당

뉴시스 기자 입력 2020/05/21 20:48 수정 2020.05.21 20:49
합당 차일피일 미루며 시간 끌다 당 안팎 역풍
불법 정치자금 재판 앞둔 원 대표에 시선 곱지 않아

한국당 사무처 직원들은 당무 전면 거부로 압박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합당 논의를 시작했지만 가시적으로 진전 기미가 보이질 않자 당 내부에서 불만이 고조되면서 '집안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급기야 당 사무처 당직자들이 공개적으로 원유철 미래한국당 대표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는 한편 당무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동시에 원 대표의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4·15 총선 전 통합당과 한국당은 선거가 끝난 즉시 양당이 조건없이 합당한다는 원칙에 동의했지만, 통합당이 지역구에서 84석만 얻는 궤멸적인 참패를 기록하자 합당 기류가 급변했다. 
한국당 내에서는 전체 의석수의 과반을 훨씬 넘는 ‘수퍼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독자적으로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는 안이 유력한 원내 전략으로 거론됐다.
여대야소(與大野小) 정국에서 177석(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 대 103석(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의 1대1 구도로는 협상에서 여당에 끌려다닐 수 밖에 없는 만큼, 차라리 미래한국당의 의석수를 한 석 더 늘려 교섭단체 요건을 갖춘 다음 ‘1여 2야’ 대결 구도를 만들어야 원내 협상에서 유리하지 않겠냐는 논리였다.
이같은 논리는 통합당이 총선이 끝나고 당 지도체제를 결정하지 못해 자중지란에 빠진 사이 한국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더 힘이 실렸다. 
한국당은 형(兄)정당인 통합당과 통합 협상을 앞두고 새로운 조건들을 하나씩 내걸어 의도적인 ‘지연 전술’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이르렀다.
먼저 합당 조건으로 준연동형 비례제도 폐지를 위한 선거법 개정을 주장하며 민주당과 통합당을 비롯한 여야 대표 회담(2+2)을 요구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음 총선이 4년이나 남은 이 시점에 여야가 선거법 개정에 나설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당 명칭을 두고도 통합당을 자극했다. 원 대표는 언론인터뷰에서 만약 합당한다면 당명은 미래통합당 대신 ‘미래한국당’을 쓰는 게 좋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그는 형(兄) 정당인 통합당을 놀부, 아우 정당인 한국당을 흥부에 비유하고 “흥부와 놀부 형제가 합치면 좋은 이름인 흥부로 가야지 놀부 이름으로 갈 필요는 없다”고 언급했다.
합당을 회피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자 한국당은 “통합당 지도부 공백상태가 의도치않게 길어졌고 김종인 비대위원장 추인 과정에서도 문제가 발생했다”며 전적으로 책임을 통합당에 돌렸다.   
이런 가운데 원 대표가 29일 전까지 합당이 불가능하다는 전제하에 당대표 임기 연장을 목적으로 한 전당대회를 26일 추진하기로 하자 당 안팎에선 ‘자리’에 너무 집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원 대표가 재판을 의식해 당대표직을 내려놓지 않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한다. 원 대표는 지역구 업체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10월의 실형과 벌금 9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재판에서 전직 국회의원 신분 보다는 현직 당대표 신분이 검찰이나 법원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국당이 교섭단체 지위를 얻어 원 구성 협상에서 상임위원장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상임위원장은 3선 의원이 맡는 편이지만 통합당과 합당할 경우 선수가 낮은 한국당 의원들이 상임위원장에 오를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결국 양당의 합당 수임기구가 구성되고 협상을 시작했지만 시기와 절차를 두고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통합당은 합당을 조속히 추진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한국당은 오는 26일 열릴 전당대회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 방식에 대해서도 ‘당 대 당 통합’(정당법상 신설합당)과 ‘흡수합당’ 중 어떤 방식을 택할지 명확한 방향이 설정되지 않았다. 
미래한국당은 합당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지만 당 내에서도 합당에 반대하는 기류가 읽혀진다. 
한국당 최고위원인 정운천 의원은 지난 20일 김무성 통합당 의원에게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당은 한국당의 존재를 가장 불편해 하며 합당을 강력히 압박하고 있다”며 “적의 주문대로 움직이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다. 지금 여당의 주문대로 바로 합당하는 것은 스스로 한국당이 떳떳하지 못함을 자인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달했다.
21일에는 한국당 염동열 사무총장과 김기선 정책위의장이 통합당 당선자 워크숍에서 개원 전 합당은 어렵다는 취지의 당 입장을 전달했다. 당 주변에선 9월 전 합당 불가를 통합당에 통보했다는 말도 흘러 나왔다. 
이에 염 사무총장은 “9월 전에 (합당이) 어렵다는 것이 아니고 당장 하는 것보다는 조금 연기하면 여러 가지 좋은 점이 있을 것 같다고 설명한 것”이라며 “그것이 선언적 의미는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결국 ‘형제 정당’을 표방하면서도 갈수록 합당을 미루자 통합당이 한국당에 결의문까지 내며 압박하고 나섰다.
이날 통합당은 21대 국회의원 당선인 일동 명의로 낸 입장문에서 “180석의 거대여당과 이기는 협상을 하기 위해서는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이 단일대오로 나아가야 한다”며 “미래통합당은 조건 없이 5월29일까지 미래한국당과 반드시 통합한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국민과 당원 앞에 선거 후 하나가 되겠다고 약속드렸고 지금까지 우리의 입장은 한결 같다”며 “국민과 당원 앞에 드린 약속 이외에 다른 이유와 명분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건없는 합당을 한국당에 요구했다.
한국당 비례대표 당선인들도 이날 비공개 조찬모임을 갖고 당 지도부에 통합당과의 합당을 오는 29일까지 마쳐야 한다는 일치된 의견을 전달했다.
여기에 한국당 사무처 직원들도 원 대표에게 조속한 합당을 요청하고,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당무 전면 거부에 나섰다.
한국당 사무처 직원들은 보도자료를 내 “원유철 당대표를 비롯한 미래한국당 당 지도부는 오는 5월26일 전당대회 개최를 강행하려 한다. 그것도 당 지도부 임기 연장을 위한 전당대회라니 더더욱 이해할 수 없다”며 “이제라도 미래한국당 지도부가 미래통합당과 뜻을 같이해 전당대회를 취소하고 미래통합당과의 합당을 최고위원회에서 의결하여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고 정도”라고 했다.
통합당의 한 재선 의원은 “한국당이 비례정당에선 가장 많은 득표를 해 이걸 자신들의 성과라고 치켜 세우지만 사실상 국민들이 통합당 위성정당이라는 걸 보고 투표헀지, 인물 면면을 따져보고 투표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논란이 일자 원 대표는 “우리 형제정당인 통합당 당선인들의 입장문 존중한다”며 “우리 사무처 충정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서 29일까지 합당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와 백승주 원내수석부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와 백승주 원내수석부대표가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며 대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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