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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자살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일본 문화다..
오피니언

자살은 가장 먼저 버려야 할 일본 문화다

류병관 교수 기자 입력 2020/10/15 20:02 수정 2020.10.15 20:04
               류  병  관                             용인대학교 교수
               류  병  관                             용인대학교 교수

 ‘코로나불루(Corona blue)’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특히 여성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는 뉴스들이 많이 나온다. 오늘까지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427명인데 올 상반기 에만 자살한 여성의 수가 1900명이 넘는다는 것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 달에 300명이 넘는 여성들이 자살했다는 것은 물론 여성들이 남성들에 비해 우울증 비율이 높아서이기도 하겠지만 코로나 상황이 몰고 온 가정생활 중심의 엄청난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것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다. 

지금 이런 상황을 떠나서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가 세계 1위를 줄기차게 그것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위 국가를 지키고 있는 자살률은 사실 치욕적이다. 전체적으로도 OECD 평균의 두 배가 넘는 비율은 정말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신체발부수지부모(身體髮膚受之父母)’라 해서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머리카락조차 자르기를 거부했던 민족이었다. 

일제가 강제로 머리를 자를 때 통한의 눈물을 삼키던 민족이 지금은 그 일제로 인해 부모가 준 목숨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자살률이 전 세계 1위인 나라가 되어 버렸다니 스스로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친일문제가 정가의 이슈로 떠오르고 일제청산을 목놓아 외치면서 일제 물건조차 사지 않는데 일제가 심어놓은 가장 심각한 자살문화는 왜 사라지지 않는 것일까? 아니 왜 자살문화가 일제의 잔재라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일까? 

  자살은 일본 문화다. 일본은 자살로 모든 것은 덮는 나라였다. 자살특공대가 있던 나라였고 자살이 영예였던 나라였다. 지금도 우리 다음으로는 일본의 자살률이 높다. 

자살이야말로 가장 심각한 일본 문화라는 인식을 않는 것은 도대체 무엇 때문일까? 대통령이 자살하고 서울시장과 같은 정치인이 자살하고 유명 연예인들이 자살하고 OECD평균의 두 배 넘는 비율 이런 상황들이 드러내 놓고 공론화시키고 싶지 않은 우리의 치부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살이 일본이 심어놓은 일제의 잔재라는 것은 아예 덮어버리고 싶어서일까? 

일본제품을 사지 않는 것보다는 일본보다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자고 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닌가? 소니를 제치고 삼성과 LG가 세계 최고의 전자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이 모든 국산 제품들이 최소한 일본제품들 보다 더 낫게 만드는 것 그것이 오히려 일본을 이기는 길이 아닌가? 

어떤 스포츠 경기에서도 한일전만은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다들 가지고 있고 다른 어떤 나라들과의 시합보다 더 열광적으로 응원하면서도 우리는 왜 싸움 한번 안 해보고 나라를 빼앗긴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스스로 단 한 번의 반성이 없는가? 

왜 자살문화는 우리 안에 이렇게 깊이 박혀 있는데 이를 개선하지 않는 것일까?

일본은 무사의 나라, 사무라이들의 나라였다. 정유재란 이후 포로로 잡혀간 퇴계 이황 선생의 제자 강항 선생에게서 유학을 전수받고 나서야 사회 이념들이 만들어진 그런 문화 후발 국이었다는 것은 그들 스스로도 인정하는 사실이다. 

돈과 가족 부양에 칼을 팔던 사무라이들에게 위계질서와 이념을 심어주고 유교의 충(忠)을 주군에 대한 충성과 신의로 만들면서 길들여온 것이 바로 자살문화였다. 

그렇게 길들여 주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자살하고, 자신의 목숨값으로 가족들의 안녕을 위해 스스로 죽는 것을 영예로 생각하게 만든 것도 그들이 유교에서 가져간 충의 무사식 이념이었다. 

후지와라 세이카, 하야시 라잔과 같은 유학자들의 노력이 무사들의 맹목성을 일본 사상의 밑바닥을 이루도록 만든 것이다. 1900년에 이또베 니나조가 그런 사무라이들의 죽음을 불사하는 사례들을 미화하여 만든 것이 바로 일본의 정신으로 인정 받는 사무라이 정신 ‘부시도(武士道)’ 라는 것이다. 

나 하나 없어져서 다들 행복하다면, 나 하나 없어져서 주군의 영예가 지켜진다면, 나 하나 없어져서 다른 사람들의 책임을 덮을 수가 있다면, 내 목숨을 끊어서 나 스스로 이 고통에서 벗아 날 수 있다면 이라는 식의 미화된 자살 문화가 일본 사회 안에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음을 어떤 자료들 속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의 모든 자살 들도 결국은 다 그랬다. ‘나 하나 깨끗하게 죽어 다 덮고 가리다’. ‘나 하나 죽어 모두에게 가는 치욕을 덮으리라’. ‘그저 나 하나 죽어 이 불명예들을 소멸하리라’. ‘그저 나 하나 죽으면 이 힘든 상황도 끝나리라!’라는 틀을 벗어나는 자살은 없었다. 우리나라는 더 나아가 이제는 가족들을 데리고 동반 자살을 한다. 미친 짓이다.

자살은 일본 문화다. 가장 심각한 일본 문화다. 천만번 일제청산을 외친들 자살문화를 방조하면 일제청산은 없다. 가장 버려야 할 일본 문화다. 일본 차 타는 것보다 일본제품 사는 것보다 훨씬 더 나쁜 문화다. 

거의 같은 기간 안에 코로나로 죽는 사람 400명 ‘코로나불루(Corona blue)’로 자살하는 여성만 1900명,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 대목에서 갑자기 “가보니까 천국은 있던가? 테스형” 이라는 나훈아의 노래 가사가 떠오르는 건 왜일까?

자신의 생명력을 더 강화하는 것은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해야 할 일이다. 그게 운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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