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성 주
포항 시립 오천어린이집 원장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하지만 덜 아픈 손가락은 있다.
10개 손가락을 깨물어 아프지 않은 것은 없지만 깨무는 강도에 따라 안 아플 수도 있고, 손가락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강도로 깨 물어도 덜 아프게 느낄 수 있다. 또한 안 깨 물어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부모는 자식을 다 똑같이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부모의 생각이며,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다른 것이 될 수 있다.자식들은 부모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데 그런 자식들을 인정해 주고 이해해주면서 편애 없이 골고루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다.
또 부모의 역할은 자식을 제대로 키워내는 것인데 그런 부모의 자격은 과연 누가 부여하는가?
우리는 어떠한 자격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 시험이라는 평가를 받는데 그렇다면 부모라는 자격을 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시험이 필요할까?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생각하며 살아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고 어쩌면 나보다 아이를 먼저 생각해야하며, 아이를 돌보며 지도해 줄 수 있는 리더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린 부모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교육을 받고 있을까? 사실 요즘은 결혼하기 전 임신을 할 수 있는지 건강 검진을 확인해 보는 예비부부들도 있고, 결혼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부모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남녀 모두가 산전 검사를 통해 부모가 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경험하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결혼을 통해 아이를 임신하면 태교를 하며 건강한 음식을 먹고, 태교 음악을 들으며 아이에게 좋은 것들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아이를 출산하기 전 다양한 물품들을 구입하면서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준비를 하면서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예고 없는 임신으로 부모가 되는 경우도 있고 또 때로는 원하지 않는 임신으로 부모가 되는 일도 있다. 모든 준비를 하고도 부모가 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준비되지 않은 사람들에게 부모가 되면서 경험하게 되는 어려움은 더욱 클 수 있다.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언제부터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다.
연애는 필수, 결혼은 선택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연애와 결혼은 본인의 의지에 따라 할 수 있지만 부모가 되는 것은 선택한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선택을 했다고 마음처럼 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학생들이 교과목으로 부모교육을 필수적으로 받으면서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사전에 하는 것은 물론 부모가 되면서 가져야하는 책임과 부모로서의 의무에 대한 것들을 가르치면서 우리는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교육을 의무 교육화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보통은 부모가 되고난 후 아이들을 키우면서 양육에 대한 어려움이나 아이와의 관계 또는 발달에 대한 내용들의 부모교육을 부모가 필요에 따라 선택해서 받고 있다.
그런 부모교육을 받고나서야 ‘진작 이런 교육을 받았으면 나는 실수를 경험하지 않고 좋은 부모가 되었을 텐데..’라며 후회의 말들을 쏟아낸다.
이 또한 부모교육을 받지 않는 부모에 비하면 괜찮다고 할 수 있지만 부모가 되는 것은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국가수준의 부모교육을 일정시간 이상 받고, 다양한 인성검사를 받으며 부모가 될 수 있는 준비를 사전에 한다면 더 좋은 부모가 많아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다양한 이유로 아동학대와 관련된 사건들이 나날이 늘어가고 있지만 아동학대를 위한 대책은 기껏해야 아동학대예방교육을 일정시간 이수하는 방법이나 아동학대 후에 처벌을 하는 정도에 그친다. 특히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의 경우는 밝혀지지 않는 것들도 있고, 실제로 아동학대를 부모에게 받았다고 해도 그 아이를 부모에게서 분리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처럼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는 어쩌면 잘못된 아동에 대한 인식이나 이해의 부족으로 생길 수도 있지만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의 부족도 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 교육은 아이를 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아동의 성장발달을 돕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고 느낀다.
좋은 부모라는 기준은 부모가 되는 것보다 어쩌면 더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는 늘 좋은 부모가 되고 싶어 하고 그렇게 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한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고, 부모가 되어봐야 진정한 어른이 된다.’라는 말처럼 소유물이 아닌 자식을 잘 길러내는 일, 그렇게 진정한 어른인 부모가 되는 방법은 부모자격시험이나 일정기간 부모교육을 받는 것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예비 부모교육을 통해 정신과 신체가 건강한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를 하며, 아동의 발달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올바른 부모의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은 꼭 필요하다. 우리는 늘 아이들은 소중한 생명이며 희망이라고 말하지만 소중한 그 아이들의 부모가 되기 위한 준비에는 미흡하다. 소중한 아이들이 행복한 세상은 부모가 함께 노력할 때 만들 수 있으며,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부모가 되기 위한 사전교육은 물론 부모가 되어서도 부모교육을 받고 노력하는 것은 꼭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