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선 정
우현아이원어린이집 원장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위생과 안전, 패션과 같은 문화적 이유로 외출 시 꼭 신발을 신는다.
하지만 신발을 신는 것이 오히려 인간의 자연스러운 성장을 방해하고, 발과 관련된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신발을 신지 않고 맨발 생활하는 것이 몸에 더 유익하다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럼 아무것도 신지 않은 자연 상태인 맨발이 우리 생활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먼저 신체적 측면에서 맨발 생활은 발과 발목의 근육을 강화 시킬 수 있고 발의 자극을 통하여 혈액순환 개선과 숙면 등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발 자극은 뇌 발달에도 도움을 주어 기억력과 암기력을 높이며 치매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또한 사람들이 발바닥을 통해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감각인 촉각 즉, 냉각, 온각, 통각을 민감하게 인지하고 이에 적절하게 반응하도록 함으로써 오히려 우리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또한 매일 보는 스마트폰, 컴퓨터 속 전자파는 신경세포를 자극하여 우리 몸속에 정전기를 쌓이게 하는데 맨발걷기를 통해 맨발이 땅(흙과 모래)과 접촉함으로써 땅속 유익균이 정전기를 방출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정서적 측면에서 맨발 생활은 사람들이 자연과 사물을 민감하게 탐색하게 함으로써 보다 풍부한 감정을 느끼게 하며 자연과 동화되어 심리적 긴장을 이완시켜 긍정적 정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
즉, 인간이 맨발로 생활함으로써 자연 그대로의 신체에 순응하며 몸과 정신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맨발활동을 통해 ADHD증상의 개선, 끈기와 인내력 향상, 소통 및 공감능력 증진 등과 같은 긍정적 효과도 있으며 건강에 대한 자기 통제와 감각능력에도 높은 효과가 있었다는 여러 연구 결과도 나왔다.
이는 맨발로 생활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신체적, 정서적 발달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노출된 위험에 대해 자기 조절 능력을 키우는 등 우리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준다.
맨발의 긍정적 효과는 어린아이일수록 더 크다.
인지 발달 이론가인 피아제(Piaget)가 분류한 연령별 아이들의 발달단계를 보면 영아기는 감각운동기이다.
이는 감각을 주로 손과 발을 통해 느끼게 되며 이를 위해 기관에서는 구조화된 도구를 통해 인위적 활동으로 대부분 경험시킨다.
그러나 맨발놀이는 아이들이 스스로 맨땅을 밟으며 차가움, 따뜻함, 아픔, 부드러움 등과 함께 장소와 재질, 날씨에 따른 일조량과 습도, 계절에 따른 다양한 감각적 차이를 온몸으로 느끼며 감각의 발달과 함께 위험요소를 스스로 인지하여 방어할 수 있는 기질 또한 습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Kacie Flegal(n.d)은 신발이 영유아들의 신경 전달과 감각탐색 기회를 제한하는 것을 우려하며 맨발 생활을 통해 영유아들의 균형감각, 감정통제, 문제해결, 언어·사회기술 및 자신감과 관련된 뇌 활동을 자극할 수 있음을 주장하였다.
Quiring(2014)은 영유아기 아이들이 맨발로 생활 할 때 위험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부드럽게 보행 할 수 있으며 신발에 의해 발 모양이 변하거나 발을 둔화시키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하였다.
물론 아이들이 맨발로 생활할 때 안전과 위생을 위협하는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과 더불어 놀이 하며 흙 묻은 발, 더럽혀진 옷과 같이 작은 상처와 불편은 감수 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주위의 위험을 무조건 막기보다는 스스로 주의하는 책임감을 배우도록 해야 한다. 즉, 아이들 스스로 자신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도록 도와주고, 발의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고,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는 발의 모양과 기능을 잘 유지하도록 하여야 한다.
최근에는 모래놀이, 걷기, 줄넘기 등 다양한 맨발활동을 통해 심신의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이루도록 하는 맨발학교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공원 및 자연휴양림에서도 맨발 놀이터 혹은 맨발 산책길 등을 설치하여 아이들에게 자연친화적인 놀이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지역인 포항에도 그린웨이 8선으로 지정된 맨발걷기 명소(오어지 둘레길, 송도 솔밭, 해도 도시 숲, 기계 서 숲 등)가 만들어져 맨발걷기를 포항문화로 자리 잡고 시민들의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건강한 삶, 즉 면역력의 중요성을 어느 때보다도 더욱 느끼게 하는 요즘이다.
가족모두가 움츠려 실내에만 머무는 것보다 안전수칙을 준수하여 하늘을 보여주고 땅을 밟게 해주는 놀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친환경적 일상의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하자.
맨발로 숲길을 걷고 맨발로 모래 위를 달려보고 맨발로 텃밭놀이를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 ‘코로나 19’도 분명 이겨낼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