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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포항공과대학교 교명은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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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과대학교 교명은 어디로 갔나”

김재원 기자 jwkim2916@naver.com 입력 2021/04/05 17:53 수정 2021.04.06 07:22
- 2006년 POSTECH Vision 선포식 후 ‘포스텍’ 약칭 사용
- “POSCO 의존방식 버리고 대학 스스로 자립방안 찾아야...”

포항공대가 최근 이사회의 ‘재정건전성 향상 방안’ 안건에서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운영 힘들어 국립대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파문이 일고 있다.

이로인해 일부 언론이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자 대학 측은 “실제 논의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작성됐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파는 계속될 전망이다.

특히 지역에서는 교명이 ‘포항공과대학교’이므로 ‘포항공대’라는 지역과 연계된 약칭이 잘못된 것이 아닌데도 10여년 전부터 글로벌 대학을 지향한다며 ‘포스텍’(POSTECH)이라는 영문 약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영문 약칭을 사용한다고 글로벌 대학이 되는 것도 아니지만, 영문 약칭은 외국에서 사용하면 될텐데도 국내에서까지 교명 대신 영문 약칭을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지 않느냐는 지적인데다 글로벌 대학을 정말로 지향한다면 기존처럼 POSCO에만 의존하는데서 벗어나 대학 스스로 자립방안을 찾는 것이 선결조건”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포항공과대학교 김무환 총장은 지난 2일 오후 “오늘 자 기사를 읽고 놀라셨을 포스텍 가족 여러분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먼저, 이러한 기사로 여러분들을 혼란스럽게 해드린 점에 대해 총장으로서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라며, 대학 전 구성원에게 메일을 보냈다.

앞서 일부 언론은 올해 초 이사회 회의록에 최정우 이사장이 대학을 국가에 기부채납하는 방안에 대해 이사들에게 의견을 물은 내용이 담겨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김 총장은 “일부 언론의 보도는 지난 1월 13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이사회 보고안건인 ‘포스텍 재정건전성 향상 방안’의 회의록을 바탕으로 했으나 실제 논의된 것과는 다른 내용으로 게재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학의 자산은 현시점에서 2020년 2월 대비 약 3691억 원이 증가한 상황으로 대학운영에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며, “더욱이 대학의 기부채납에 대한 의견이 이사회 과정에서 나온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벤처기업 육성이나 대학자산 관리 등 대학의 재정건전성 향상방안 중 하나로 제시된 것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또 “대학 경쟁력 강화는 우수한 학생과 탁월한 교수를 유치하는 것에서 부터 출발한다”며, “세계적인 대학도 지속적인 불경기 속에서 리스크가 큰 투자를 감행하고 있고 포스텍과 같은 방향성을 가진 국립 이공계특성화대학도 국가로부터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사립대학인 포스텍은 이러한 지원 없이 자산투자부터 등록금에 이르기까지 종합사립대학을 기준으로 하는 정부방침에 따라야 하는 상황 속에서 이들 대학과 경쟁해야 하는 약점이 있다”며, “국립대학 이상으로 한국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해 왔음에도 대기업이 설립한 대학이라는 대외적 이미지나 사립대학이라는 이유로 발전기금 유치도 다른 대학에 비교해 상대적으로 녹록지 않다”고 역설했다.

더구나 “현재는 코로나19와 같이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최근에는 세계적으로 AI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분야나 탁월한 역량을 갖춘 인재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며, “이에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말처럼 창의적인 재정건전성 향상방안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이런 흐름 속에서 이사회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개진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다른 국립 이공계특성화대학과 마찬가지로 국가로부터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이야기가 제기됐고 그 중 하나로 기부채납에 관한 의견도 제시됐다”며, “그러나 이는 대학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세계적인 대학으로 계속 성장하기 위한 장기적인 방안의 아이디어 수준에 불과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장은 “포스텍은 올해로 35년을 맞이하면서 중견 교수들이 퇴직하고 세대가 교체되는 상황 속에서 다소 성장세가 둔화된 점은 인정하지만 2020년 논문 인용 수와 상위 10% 이상 저널 게재 논문 수나 연구비는 지난 2019년에 비해 상승하며 포스텍 제2의 도약을 기대케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코로나19라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교수들의 연구는 빛났으며 학생 여러분의 이해와 협력, 직원 선생님의 근면함은 대학 경영에 큰 도움이 됐다”며, “포스텍은 앞으로 어떠한 위기가 닥쳐오더라도 포스테키안의 창의성, 성실성, 진취성, 도전정신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포항공대’는 지난 1986년 ‘포항공과대학’으로 개교한 후 1994년 ‘포항공과대학교’로 명칭을 변경했으며, 2006년에는 POSTECH Vision 선포식을 갖고는 ‘포스텍’이라는 약칭을 사용하고 있다.

김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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