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후보들이 2030세대 표심 확보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났듯이 20대 남성과 여성은 표심이 극명하게 갈리는 집단이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선 "한 지지층을 선택하면 다른 쪽은 잃을 감수를 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이대남'에 집중하고 있다. 20대 여성들이 윤 후보에 가지고 있는 호감도가 '꼴찌'에 가까운 것을 고려한 전략적 선택이다. 지난 22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19~21일 전국 성인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 에서 20대 여성은 심상정(32%), 안철수(25%), 이재명(23%), 홍준표(19%), 윤석열(10%) 순서로 호감을 표시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국민의힘이 총선 이후 '이대남' 신규당원을 대거 모은 점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당대표의 당선부터 최근 대선 경선 흥행에 이르기까지, 20대 남성의 지지가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다.
윤 대표는 2030 표심 얻기 전략으로 당 대학생위원회 지부 순회를 계획하고 있다. 위원회 가입자 중 대부분이 남성인 것을 고려했을 때, 사실상 '이대남' 간담회로 봐도 무방하다.
정책에 있어서도 '여가부 폐지'에 대한 입장을 선회하면서까지 20대 남성 구애에 나섰다. 그는 지난 7월 "(여가부) 폐지 문제는 제 입장에서는 조금 더 검토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지난달 21일에는 "여성가족부가 양성평등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홍보 등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안겨 줬다"며 여가부 폐지 카드를 꺼내들었다.
양성평등 공약에서는 '무고죄 처벌 강화'를 서두에 강조해 여성 단체의 지적이 일기도 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대표도 "무고죄는 현실에서 성폭력 피해자의 입을 틀어막는데 활용되는데, 성폭력특별법에도 신설하겠다는 건 피해자에게 한번 더 굴레를 씌우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비슷한 상황이다. '여성 친화적' 진보 정당 이미지가 더 이상 유권자들에 소구력이 없다는 판단이다. '이대녀' 표심은 안희정·박원순·오거돈 등 광역자치단체장들의 성추문 사태를 겪으며 민주당을 대거 이탈했다. 형수 막말 논란과 연예인 스캔들이 따라다니는 이재명 후보도 젊은 여성의 호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지난 8일 당 선대위에서 "2030의 홍준표 지지는 여당의 페미 정책 탓"이라는 취지의 온라인 게시글을 공유하며 '이대남' 달래기에 나섰다.
글 작성자는 "이재명이 문재인 정부의 다소 페미 우선적인 정책과 차별화를 이뤄낼 수 있다면 이들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공약에 '한국형 모병제(징·모병 혼합제)' 단계적 시행을 넣는 것도 검토 중이다.
반면 여성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단 평가다. 이 후보는 지난달 31일엔 2030 여성들과 생활체육 '넷볼' 경기를 하며 소통에 나섰지만, 정작 육아휴직 제도, 여성 대상 범죄 관련 대책 등 여성과 관련한 구체적인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선 쓴소리가 나왔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