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2일 첫 만남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번 두 사람의 만남으로 정치적 구원(舊怨)이 정리될 지 여부에 이목이 쏠린다.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화해와 해빙의 단초가 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윤 당선인과 박 전 대통령의 ‘악연’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정부 출범 첫해인 2013년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을 수사하면서 윤 당선인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사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로 당시 화제를 모은 윤 당선인은 박근혜 정부 내내 지방을 전전하며 한직을 맴돌았다. 그러나 윤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간 국정농단 특검에 수사팀장으로 합류했고, ‘적폐청산’ 공로를 인정받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까지 승승장구 승진했다.
윤 당선인은 이번 20대 대선 기간에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공직자로서 직분에 의한 일이었다 하더라도 정치적, 정서적으로 대단히 미안한 마음을 인간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 진영은 그동안 박 전 대통령과의 만남을 성사하기 위해 특별히 공을 들였다.
박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 사저에 입주한 지난달 24일 퇴원 축하 난을 전달하며 “건강이 허락하신다면 다음 주에라도 찾아뵙고 인사드리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대통령 임기 시작 전에 박 전 대통령과 만나 앙금을 풀고 감정적인 부분을 털고 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도 달성 사저를 방문하겠다는 윤 당선인의 제안을 굳이 피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 뛰어든 측근 유영하 변호사에 대해 지난 8일 공개 지지 입장를 밝힌 박 전 대통령은 보수층 결집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구 사저 정치’ 논란이 일면서 보수층에 대한 자신의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과의 만남에서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 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한편, 두 사람의 만남에 배석하는 윤 당선인 측 인사에 대해선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두 사람으로부터 ‘총애’를 받았거나 현재 받고 있는 국민의힘 추경호 국회의원은 윤 당선인과 함께 하는 ‘12일 달성 사저행’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이날 현재까지 파악되고 있다.
추 의원은 박근혜 정부 때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거치며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달성의 지역구를 물려 받은 재선 의원이다.
윤석열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이번에 지명돼 양측 모두의 공감대를 가진 정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