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원내대표직 사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자신의 거취 관련한 의원총회의 결과를 수용하는 성명을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국회를 나서고 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가 8일 의원총회 결과를 받아들여 원내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던졌다.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이 무산돼 자동폐기 수순에 들어가고 자신도 사퇴하는 일련의 사태는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가치와 원칙, 정의를 부정한데 따른 것이라는 비판을 하고 나선 것이다.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원총회가 끝난 후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통해 "평소 같았으면 진작 던졌을 원내대표 자리를 끝내 던지지 않았던 것은 제가 지키고 싶었던 가치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것은 법과 원칙, 그리고 정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우리 헌법 1조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며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것은 유 원내대표가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계기로 자신을 퇴진시킨 행위는 비민주적이고 정의롭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박 대통령이 일방적 힘의 논리를 통해 의원들에 의해 선출된 여당 원내대표를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뽑아낸' 것은 결국 민주주의의 퇴보를 가져온 것이라는 비판이다.
그는 이에 대해 "정치는 현실에 발을 딛고 열린 가슴으로 숭고한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며 "진흙에서 연꽃을 피우듯, 아무리 욕을 먹어도 결국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는 신념 하나로 저는 정치를 해왔다"며 불편한 심경을 그대로 토로했다.
특히 유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여당의 원내사령탑이 정부 여당의 경제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며 유 원내대표를 향해 직접적으로 쓴 소리를 한데 대해 사과를 했음에도 상황이 달라지지 않았던데 대해 강한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날 사퇴선언문을 통해 "오늘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누군가 그 가치에 매달리고 지켜내야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했다"며 "지난 2주간 저의 미련한 고집이 법과 원칙, 정의를 구현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다면 저는 그 어떤 비난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이는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의 '고집'에 일단은 원내대표직을 내려놓으며 일보 후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앞으로 '자신의 소신 정치'를 계속해 나가겠다는 '고집'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즉 '법과 원칙, 정의'에 걸맞는 정치적 행보를 지속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유 원내대표가 박 대통령을 겨냥해 이처럼 비판적 견해와 불편한 심경을 가감없이 그대로 드러냄으로써 향후 양측간 관계는 사실상 회복불능으로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