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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국힘은 영남당?…“싹, 갈아야”..
정치

국힘은 영남당?…“싹, 갈아야”

김상태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8/19 17:52 수정 2025.08.19 17:53
107명 중 58명 65.2%
‘공천=당선’ 사고방식 문제
“지지율 하락·총선 참패 등
영남권 중심 당 운영” 지적
제2의 ‘정풍운동’ 일어나야

집권 3년 만에 107석의 무기력한 야당으로 전락한 보수 정당 국민의힘 위기감이 고조되는 모습이다.
보수의 텃밭인 TK(대구·경북)를 중심으로 한 영남권 의원이 당을 장악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89명(비례대표 포함 107명) 중, 영남권 의원 비율은 절반을 훌쩍 넘는 65.2%(58명)에 달한다. 당의 폐쇄적인 문화가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영남 지역은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이는 국민의힘이 다른 지역에서 약세를 보이더라도 영남에서는 안정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 국민의힘은 TK에서 더불어민주당을 23.8%p(포인트) 앞섰고, PK(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을 2.7%p 앞섰다. 하지만 서울에서는 국힘 37.6% vs 민주 37.6%로 동률을 보였고, 다른 권역에서는 민주당에게 모두 뒤졌다.
이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39.9%p였고, 국민의힘은 36.7%로 오차범위내에서 접전을 보였다.
영남권이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을 견인한 셈이다. 당내에서 영남권 의원들이 다수를 차지하게 되는 구조는 이러한 지역 기반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다수 의석은 당 대표, 원내대표 등 주요 지도부 선출 과정에서 영남권 의원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반이 된다. 실제로 당 대표, 원내대표, 정책위의장 등 당 핵심 3인이 모두 영남권 인사로 채워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당 내부에서는 이러한 영남권 의원들의 주류화 현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수도권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서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총선에서 참패하는 원인으로 '영남 중심의 당 운영'이 지적되기도 한다. 따라서 수도권 의원들은 영남의 정서를 기준으로 당이 운영될 경우, 자칫 수도권 민심과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당의 체질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 A 의원은 “주류 60~70명만 똘똘 뭉치면 각종 외풍에도 정치 생명에 지장을 받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영남·주류 의원들의 사고 방식이 작동한 탓”이라면서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당이 어떤 비판을 받든지 지역구만 바라보고 주말에 경조사만 열심히 돌면 장수할 수 있다는 식의 인식이 만연해 있다”고 하소연 했다.
이와 더불어 초선 의원(43명) 중 상당수도 이런 당 기류에 편승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수도권 B 의원은 “윤 정부 출범 뒤 초선 카톡방에서는 내부 비판이나 건설적인 토론이 거의 사라졌다”고 지적하면서 “일부가 비판적 목소리를 내면, 곧장 친윤 핵심에게 내용이 다 보고됐다.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대다수 초선 의원은 윤 정부의 문제점이 불거질 때마다 몸을 사렸다”고 말했다. 심지어 "어느 순간부터 초선 카톡방은 정부나 의원들의 홍보·선전물만 올라오는 홍보방이 됐다"고 전하기도 했다.
국회에 입성한 초선 의원들이 애초부터 쇄신보단 주류를 거드는 쉬운 길을 스스로 택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과거 한나라당 시절 남·원·정(남경필·원희룡·정병국)은 내부 쇄신을 외치며 ‘정풍 운동’을 주도했고, ‘민본 21’ 등 소장파 모임은 2010년 지방선거 패배 이후 이명박 정부 쇄신을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며 “지금 우리 초선 중에 그런 모습을 보인 의원이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나라당 시절 원희룡 전 의원이 주도했던 '정풍운동'은 2000년대 초반, 당시 한나라당의 체질 개선과 쇄신을 목표로 했던 당내 소장파 의원들의 활동을 일컫는 말이다.
2000년대 초, 한나라당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권 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정부에 맞서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내에는 여전히 '3김' 시대의 정치 문화, 계파 갈등, 그리고 기득권 중심의 운영 방식이 남아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원희룡, 남경필, 정병국’ 등 당시 소장파 의원들은 "미래를 위한 청년연대"(이른바 '미래연대')라는 모임을 결성하여 당의 변화를 촉구했다.
이들은 '남·원·정'이라고 불리며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구축했고, 당의 체질 개선과 민주적이고 투명한 당 운영을 요구했다.
이러한 활동은 당시 한나라당 내부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고, 2003년 최병렬 대표 체제에서 ‘정풍운동’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 같은 소장파의 거센 요구는 결국 최병렬 대표의 사퇴를 이끌어냈고, 당 지도부가 대대적으로 교체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원희룡 전 의원을 비롯한 소장파가 주도한 '정풍운동'은 한나라당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더 나아가 이 운동은 한나라당이 '수구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벗고,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얻는 데 기여했고, ‘이명박, 박근혜’ 등 새로운 리더십이 부상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보완재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원희룡 주도의 한나라당 '정풍운동'은 한국 보수정당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 중 하나로, 당의 쇄신과 세대교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제2의 ‘정풍운동’을 시작해 영남권 중심으로 형성된 파벌주의에서 벗어나야만 국민에게 신뢰 받는 정당으로 거듭 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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