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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국민기업’ 훈장… 스스로 걷어 찬 포스코 최정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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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 훈장… 스스로 걷어 찬 포스코 최정우 회장

김재원 기자 jwkim2916@naver.com 입력 2022/05/17 17:57 수정 2022.05.18 08:53
황경로 2대 회장 등 생존 창업요원 6인의 ‘고언’
“포스코 정체성 훼손한 현 경영진 자성하라”
“안전·복지·교육 투자는 경영철학 유전인자”
“영예스런 호칭은 역사·윤리·전통 따른 것”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제1고로 첫 출선(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모습.
1973년 6월 9일 포항제철소 제1고로 첫 출선(용광로에서 쇳물을 뽑아내는) 모습.

최근 포스코그룹이 전 직원에게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는 내용의 메일을 보내 파문이 일었던 것과 관련해, 포스코 OB인 창립요원들이 이를 질책하는 성명을 발표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황경로 2대 포스코 회장(92), 안병화 전 포스코 사장(91), 이상수 전 거양상사 회장(91), 여상환 전 포스코 부사장(85), 안덕주 전 포스코 업무이사(84), 박준민 전 포스코개발 사장(82) 등 생존 포스코 창립요원 6인이 16일 <포스코 정체성을 훼손하는 현 경영진의 진정한 자성을 촉구한다>는 성명으로 후배들에게 고언(苦言)을 보냈다.

이들 6인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금자탑으로 우뚝 세워진 ‘포스코 신화’의 창조를 위해 그 현장에 인생을 바쳤던 마지막 생존자들이다.

여상환 전 포스코 부사장(현 국제경영연구원장)은 “포스코 정체성에 대하여 늙은 아비가 자식들을 나무라는 심정으로 노구를 움직여 최정우 회장에게 직접 우리의 의사를 통보하려 했으나 극구 대면을 회피하니 우선 우리의 의견을 공개하는 것”이라며, “1968년 4월의 포스코 창립요원 34인 중 25인이 타계하고 건강 상태가 비교적 괜찮은 우리 6인을 포함해 9인이 생존해 있는데, 이번 고언에는 하늘에 계신 박태준 회장을 비롯한 창립요원 34인 모두의 이름으로 ‘포스코 정체성을 훼손하는 현 경영진의 진정한 자성을 촉구하는 뜻’을 담았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생존 창립요원들은 무엇보다도 박정희 대통령과 박태준 회장이 조국 근대화 일념으로 천신만고를 거쳐 전용(轉用)의 길을 열게 되었던 대일청구권자금의 성격과 관련해 “그것이 포스코의 뿌리라는 사실은 ‘그 돈을 정부에게 언제 다 상환했느냐’라는 <돈의 문제>를 초월하는 역사의식과 윤리의식의 문제로서 포스코의 탄생과 성장에 선배들이 혼신의 힘을 쏟게 만든 <포스코 정체성의 핵>”이라며, “민족기업, 국민기업이라는 칭호는 어떤 법규적 요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 윤리적, 전통적 근거에 의한 것이므로 포스코가 민영화 되었다고 하여 없어지지 않는다.”고 일갈했다.

역사적, 윤리적, 전통적 근거에 대해서는 “상업적일 수만은 없는 고유의 역사와 정신과 전통이 확고한 포스코는 대일청구권자금에 의존하여 포항 1기 건설을 시작한 당시부터 줄곧 ‘제철보국’의 기치 아래 성공적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도경영의 모범’을 보이며 중화학공업을 선도해 나가니 자연스럽게 ‘국민기업’이란 영예의 애칭이 따르게 된 것이지 일정 요건에 의한 법적 칭호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지적했다.

현재 포스코에는 외국인 주주가 절반이 넘고 정부의 지분이 없으니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고 주장한 현 경영진의 인식에 대해서는 “역사가 바뀔 수 없는 이치처럼 포스코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 국민기업이라는 사실이 바뀔 수 없으며, 포스코는 지난 50년 동안 국가경제와 우리 사회에 대한 모범적인 기여를 통해 계속 ‘국민기업’이라는 국민적 인식과 기대의 대상이 되어 왔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다”고 나무랐다.

현 경영진의 인식과 주장에 대해 그 잘못을 엄격히 지적한 생존 창립요원들은 “이제 와서 몇 가지 빈약한 사유를 내세워 ‘더 이상 포스코는 국민기업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무모하게 편다면, 그것은 지금까지의 자랑스러운 창립정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한 성공의 역사, 불굴의 도전정신을 한꺼번에 묻어 버리려는 심대한 과오이고 회사의 가장 귀중한 정신적 자산을 스스로 던져 버리려는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생존 창립요원들은 1988년 4월 ‘국민주’ 발행과 청약으로 1차 민영화를 뜨거운 사회적 호응 가운데 훌륭하게 실행했던 박태준 회장과 선배들이 1992년 10월 우리 국민과 박정희 대통령에게 약속했던 ‘철강 2100만톤 시대’를 열어젖힌 자리에서 <민영화 포스코의 비전>에 대하여 “다음 세기의 번영과 다음 세대의 행복을 창조하는 국민기업의 지평을 열어가겠다”고 제시해 놓았다며 “그것이야말로 ‘국민기업 포스코의 영원한 정체성’을 규정한 것”임을 상기시켰다.

그리고 산재사고 급증과 교육지원 소홀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했다.

“근년에 정비 예산이나 설비교체 예산의 무리한 절감과 느슨한 안전교육 때문에 연쇄적으로 산재사고 발생했는데, 종합제철공장에서 안전과 복지에 대한 적시적소 투자와 교육은 직원을 아끼고 사랑하는 경영철학의 원칙이고 이것 역시 포스코 정체성의 유전인자라는 사실을 새삼 명심할 것”을 충고한 데 이어 ‘포스코 학교들에 대한 포스코의 지원 중단’에 대해서는 “앞날의 우수인재 유치라는 넓은 시각에서 재고할 것”을 조언했다.

끝으로 생존 창립요원들은 “혼(魂)이 없는 개인, 조직, 국가는 시간과 더불어 소멸되고 말았다는 역사적 교훈에 대해 깊이 유념해서 앞으로 포스코가 더욱 대성하고 더욱 존경받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국민기업’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축원했다.

한편, 여상환 전 포스코 부사장은 포스코홀딩스 본사 서울논란과 관련해 "포항시민들께 얼마나 신세지고 폐를 끼쳤는데, 또 정부방침도 지방자치를 강화하고 지방을 발전시키는 건데... 말도 안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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