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친절한 금자씨는 어디에..
오피니언

친절한 금자씨는 어디에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7/26 16:35 수정 2022.07.26 16:36

정 여 산<br><자유기고가>
정 여 산
<자유기고가>
타향에서 살다 보면 경상도 말씨라고 여러가지 의견을 듣는다. 남성적이라 멋지다,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권위가 있어 보인다 등. 범죄 영화에서 두목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인식된다. 여성들 경상도 말씨는 예쁘게 들린다, 너무 억세고 시끄럽다, 중국 사람들에게도 안 지겠다 등 견해가 엇갈린다.
오랫동안 객지 생활에서 고향에 돌아왔을 때 말씨가 어색하게 느껴진다. 타향에서는 말씨 하나로 단번에 경상도 사나이라는 게 탄로가 난다. 주변 사람들이 말투를 따라하기도 하며 어떤 말은 경상도 사람들은 어떻게 표현하는 지 말해 보라는 요구도 받고 있다. 그런데도 고향에서는 언제부터 서울 말씨를 쓰는 거냐 하는 눈흘김을 당하기도 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잠시 벗어나 있다가 다시 고향에 돌아 왔다. 집을 구하는 부동산 관계자들과 통화나 대화에서 잘 못알아 듣는 경우가 있다. 회신을 주겠다고 해놓고 감감 무소식인 상황은 경상도식인지 어디 방식인지 매우 당혹스럽다.
식당에서 메뉴를 주문할 때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상처 받는 일이 많다. 다문화지역에서 오신 분이겠거니 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메뉴를 물어 보는 것이 매우 불쾌한 듯하다.
식사 도중에 물어보거나 요청이라도 하면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했나 하는 불안감에 사로잡힐 때도 있다. 경험한 일 중에 가장 상처를 크게 받은 일은 은행에서다. 아무리 모바일이 대세라지만 은행 창구만큼은 친절의 끝판이어야 하지 않나. 허를 찔린 것에 상처가 더 큰 것이다.
최근에 지인이 당한 일은 황당하다 못해 어이가 없다. 대대로 한학자 집안에 서예와 한자에 매우 조예가 깊고 인간 생활의 기본에 대해 평소 자주 생각을 나누었다.
멀리서 가족들이 와서 자랑삼아 지역 명소를 보여줄 겸 포은 정몽주 유물관을 찾은 모양이었다.
일찌감치 도착해서 홍보 영상 방영시간을 기다렸다고 한다. 안내된 시간이 되어 리모콘을 조작하는 모습이 불안해 보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작동이 안된다며 어쩔 수가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사무실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들어와서는 늘 만지던 담당자가 없어서 오늘은 볼 수가 없으니 돌아가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귀를 의심하고 있는데 같이 있던 다른 직원이 다 아시는 내용이니 굳이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겠느냐며 한술 더 떴다고 한다.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중에는 거동이 불편해 보이고 이 번에 못보면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하기 어려운 분들도 있었고, 저 세상에서 조상님을 떳떳하게 만날 생각에 어렵게 방문한 후손쯤 되어 보이는 노인도 있었다고 한다. 어딜 가나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 개탄스러워 보이고 모처럼의 관광을 망쳐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마침 포은 공 후손이라는 사실을 아는 터라 필자에게 세상을 바로 잡아야 하지 않겠냐며 막중한 책무를 부여했다.
관광 전문매체들이 세계적으로 친절한 도시 순위를 발표하기도 한다. 캐나다 벤쿠버는 휘황 찬란한 스카이라인과 말끔한 해안선, 다채로운 문화적 볼거리들로 사람들 발길을 끌고 있다.
이 도시 시민들은 여행자들이 도움을 청하면 ‘주저하지 않고 도와준다’ ‘커뮤니티 특유의 분위기 덕택에 사람들과 어울리기 쉬운 도시’라는 평으로 친절한 도시 1위에 올랐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는 방문자에게 호의적인 태도로 2위, 벨기에 브뤼헤는 마음을 끄는 분위기와 여행자를 환영하는 각별한 노력으로 3위, 타이완 타이베이, 독일 함부르크가 뒤를 이었다.
도시연구소 발표 우리나라 도시 살기 좋은 순위를 보자. 부산 해운대구(10위), 과천시 (7위), 전북 남원시 (6위), 부산 동래구 (4위), 울산시 남구 (3위), 서울시 강남구 (2위), 서울시 용산구 (1위)로 나타났다.
상권, 의료 인프라, 생활 편의성, 청결한 환경, 미래 가치 등 다양한 지표를 평가한 결과다. 우리나라 브랜드 순위 50개 도시에서 포항은 21위를 차지했다. 불친절 체험에 비해 나쁘지 않은 결과다. 1위는 당연 서울시, 2위는 부산시로 이견이 없겠고 수원시, 고양시, 청주시가 뒤를 잇고 있다.
글로벌 기업과 세계적인 대학, 산업과학연구소가 있고 애플 아카데미까지 유치한 포항은 의료 인프라만 갖춰지면 단숨에 순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역 정치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종합병원과 의과대학 유치를 강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장 효과를 볼 부분은 바로 친절한 시민 정신의 고취이다. 지자체장이나 지역 문화기관 단체이름으로 ‘올 해의 친절한 금자씨’를 선정하는 이벤트를 해 보면 어떨까. 꼴불견 불친절 상황에 ‘너나 잘하세요’를, 자기 것만 우월하게 여기고 낯선 이들을 배척하는 성향은 ‘개나 줘버리세요’를 외치며 누구에게나 진심으로 친절한 시민을 뽑는 대회를 관광상품화 하는 방안은 없을지.
추석을 전후로 하여 개인이나 단체가 추천하여 시민 투표로 선정하고 매년 1월 1일에 해맞이 행사장에서 대망의 최우수 ‘친절한 금자씨’를 발표하는 건 어떨까. 남성은 여장으로 무대에 오르게 하는 것도 재미날 것이다. 사과, 고추, 알밤 아가씨도 좋지만 포항 ‘친절한 금자씨’ 도 괜찮아 보인다.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