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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희망으로 설정..
문화

포토에세이 : 희망으로 설정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3/01/26 16:45 수정 2023.01.26 17:01

일출로 붉어진 바다를 보며 걸었다. 한산하던 어촌마을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의 차가 즐비하다. 길 양쪽으로 늘어선 차종은 다양하다. 어르신들은 더러 자식들이 타고 온 차로 성공의 척도를 삼기도 한다. 마을 입구에 ‘고향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렸다. 세련되지 못한 문구와 식상한 디자인이라 여겼던, 어느 마을을 가도 하나같이 비슷해 보이던 플래카드가 오늘은 사뭇 달라 보인다. 푸근한 정과 울컥, 감성을 건드리는 ‘고향’의 의미가 짙게 다가온다. 이상한 일이다. 나이 한 살 더 보태졌을 뿐인데… .
바다 위로 떠오른 태양이 어느 집의 유리창에도 떴다. 해뜨기 전의 음울한 어둠에 빛이 들었다. 걸어 잠근 문고리에도 온기가 퍼졌다. 웅크리고 있는 이의 우울한 마음에도 닿을 것 같다. 의미를 둔다는 것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이라 희망으로 설정한다.
불투명한 유리창에 든 태양을 가만히 바라본다. 태양은 우리은하의 수많은 별 중 하나다. 우리은하에는 태양과 같은 별이 천억 개 이상이란다. 우주에는 우리은하 외에도 무려 일조 억 개가 넘는 다른 은하가 존재한단다. 그렇다면 우주에 있는 별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이 안 된다.
무수한 우주의 별 중 하나인 막대한 에너지를 뿜는 태양이라는 별, 그 별의 빛으로 생명이 존재하는 지구, 그 지구의 작은 나라. 그 나라의 한 모퉁이인 해변마을, 그 마을 안에서 태양과 마주하는 나. 경이롭지 않은가!
사람들은 새해마다 해돋이를 보며 큰 의미를 둔다. 새롭거나 느슨해진 계획을 세우고 다시 조이기도 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신정 때 못한 해돋이를 음력 설날에 맞이했다. 군더더기 없이 떠오르는 해를 보며 ‘숭엄하다’를 떠올렸다. 소망이 이루어질 징조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설정된 희망이란 버튼을 꾹 눌러본다. 태양이 눈부시다.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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