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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깜깜이 포스텍’ 고가 장비·연구기자재 관리 ‘엉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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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포스텍’ 고가 장비·연구기자재 관리 ‘엉망’

김재원 기자 jwkim2916@naver.com 입력 2023/03/08 17:43 수정 2023.03.08 17:44
퇴임 A교수, 무단 반출… 수개월동안 몰라
수년전 외국 연구소 가져간 수억 상당 기자재 미회수
포항남부서, 현물 사진·라벨 확인에도 조치 안 해

지역 민간연구소에 포스텍 연구기자재들로 보이는 장비들이 있는 모습
지역 민간연구소에 포스텍 연구기자재들로 보이는 장비들이 있는 모습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인 포스텍이 연구기자재 관리 등에는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최근 한 제보자가 교육부, 국민권익위, 경찰 등에 관련 민원을 제기하면서 알려졌기 때문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포스텍 즉 포항공과대학교 A교수는 지난해 8월 퇴직하면서 고가의 장비를 무단으로 반출해 자신이 지역에 설립한 민간연구소(법인)에 옮겨놓았다.
이 장비는 포스텍이라는 학교 라벨까지 붙어있었는데, 문제가 되자 A교수는 장비를 학교에 돌려줬고 학교측은 “2022년 10월에 실시된 재물조사에서 대학 연구실에 있는 것을 확인하였고 그 이후 정년퇴임하신 교수님께서 짐을 옮기시면서 다른 비품들에 섞여 실수로 반출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교수님께서 대학측에 실수에 대해 사과하신 후 기기는 연구실에 즉각 반납되었으며, 그 외 비품은 이미 불용처리된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학교측이 “문제의 장비가 지난해 10월 실시된 재물조사에서 대학 연구실에 있었다.”고 했지만, 해당 A교수는 앞서 두달 전인 지난해 8월 정년퇴임한 상태였기 때문에 학교측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결국, A교수는 정년퇴임하고 두 달이나 지난 후 다시 학교에 들어가 문제의 장비를 들어나갔다는 것이고 학교는 이를 수개월동안이나 모르고 있다가 A교수가 학교에 반납하고 나서야 뒤늦게 알게됐다는 의미여서 기자재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해당 장비는 크기가 웬만한 데스크탑보다 더 큰 사이즈여서 ‘다른 비품들에 섞여 실수로 반출된 것’이라는 학교측의 설명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한 학교측은 “그 외 비품은 이미 불용처리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A교수가 지역에 설립한 민간연구소에는 수년전 외국 연구소에 나가 연구할 때 학교에서 구입한(국가보조금으로 추정) 것으로 보이는 수억 원 상당의 연구기자재와 장비들이 상당수 있어 의혹은 증폭되고 있다. 사용하지 않아 봉지 그대로인 것들도 적지 않다.
당연히 A교수는 귀국 후 해당 연구장비와 기자재들을 학교에 반납해야 했지만, 이렇게 하지 않고 수년간 외국에 놔뒀다가 자신이 퇴임하고 민간연구소를 설립하고서는 이를 자신의 연구소에 부적절하게 갖다 놓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A교수는 이 장비와 기자재들을 정당한 평가 없이 자신이 설립한 연구소(법인)에 억대가 넘는 가격으로 매각해 개인적 이득을 취했고 본인 회사의 자산으로까지 만든 것이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
제보자는 “퇴직 교수가 연구기자재를 무단반출한 것도 모자라 본인이 대표로 있는 회사의 자산으로 소유한 의혹이 있는데도 학교에서는 연구기자재를 도난당한 사실이 없다며, 내부적으로 학교의 연구기자재 관리실태에 대한 문제점이 노출되는 것을 꺼려 수습하는 것에만 급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포항남부경찰서는 현물 사진과 포스텍 자산관리 라벨을 학교 담당자에게 확인시켜 주었는데도 “확인해 보겠다.”는 답변만 하고 아무런 조치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본지는 A교수가 수년전 외국 연구소에 가지고 나갔던 수억 상당의 연구기자재들이 어떤 것이고 이를 회수했는지 등에 대한 정확한 조사와 학교의 공식 입장을 밝혀달라고 지난달 초 요청했지만 한 달이 다 되도록 답변은 없는 실정이다. 또 A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통화는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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