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도 힘들만큼 많은 물집이 손·발바닥에 생겼어요. 물집이 곪았다가 터져서 딱지가 앉는 과정이 무한반복됐어요. 가렵기도 하지만 곪을 땐 정말이지 아픕니다. 급기야 손톱 밑에도 고름이 생겨 손톱 열 개가 다 들뜨고 부셔졌어요. 손을 씻고, 물건을 잡고, 길을 걸어가는 일상 하나하나가 고통입니다."(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40대 김씨)
지난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손·발바닥 농포증은 손바닥과 발바닥에 무균성 농포와 염증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만성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이다. 국내 환자 수는 약 1만200명 정도로, 일상에서 사용 및 노출 빈도가 잦은 손발가락이나 손발바닥에 여러 개 수포(물집), 홍반(붉은색 반점), 비늘이나 각질과 함께 나타난다. 극심한 가려움과 통증을 동반하기 때문에 삶의 질을 심각하게 저해한다.
일상생활에서부터 대인관계, 학업, 경제활동 등 삶 전반에 불편을 초래하며, 적기에 치료받지 않으면 류마티스 관절염, 골염, 당뇨병, 우울증 등 동반질환 가능성도 높아진다. 초기 증상이 단순 습진, 무좀 등과 비슷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우는 경우가 다반사다. 김씨 역시 수년 동안 온갖 민간요법을 전전하다 악화된 케이스다. 그가 고통에서 차츰 벗어나게 된 건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면서부터다. 기존 치료법으로는 낫지 않던 그의 손발이 깨끗해지기 시작했다. 치료제는 있지만 문제는 경제적 부담이었다. 건강보험을 적용 받아도 3차 의료기관 치료 기준 1회 투여 본인부담금 비율이 약 100만원으로, 직장생활은 커녕 일상생활도 쉽지 않은 중증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에게 부담스러운 액수라는 게 김씨의 호소다.
대한건선학회는 지난해 손발바닥 농포증에 대한 희귀질환 지정을 질병관리청에 신청했다.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면 산정특례를 적용 받아 환자의 본인부담금이 10%로 줄어든다. 그러나 지난 해 심의에서 손발바닥 농포증은 '진단 및 치료 등에 대한 본인부담금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이유로 희귀질환으로 지정되지 못했다. 유병률이 희귀질환 지정 요건에 부합함에도, 환자들은 약제비 본인부담금 축소 혜택에서 소외돼 있는 것이다.
대한건선학회 백유상 국제협력이사(고대구로병원 피부과)는 "손발바닥 농포증은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기에 완치가 불가능한데다, 환자의 삶의 질 저하 수준이 극심해 산정특례 통한 지원이 필요한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생활이 활발한 청장년 및 중년층에서 손발바닥 농포증이 발병하게 되면 생산성이 크게 떨어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고,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질병을 악화시켜 악순환의 고리에 갇힐 수 있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손발바닥 농포증과 유사한 난치성 피부질환인 중증보통건선, 중증 아토피성피부염, 중증 화농성한선염, 중증 전신농포성건선 등은 본인부담금 산정특례 적용이 돼 약제비 본인부담금이 대폭 축소됐다"며 "난치성 질환인 중증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이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 내에서도 치료 혜택에서 소외된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은 평생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삶의 질이 악화되지 않도록 질병의 활성도를 떨어뜨리는 데 목적을 두고 치료를 시작한다. 진단 후에는 스테로이드나 비타민D 제제 등 국소약물요법, 광선 치료, 전신면역억제제 등의 치료법을 단계적으로 적용해 나간다. 하지만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을 장기간 사용하면 골다공증, 골절, 부신기능 억제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면역억제제 중에는 콜레스테롤을 높이거나 위장관계 부작용 또는 임신 계획 있는 여성의 사용이 제한되는 치료제도 있다.
이와 달리 생물학적 제제는 원인을 유발하는 면역 물질만 선택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에 부작용 발생 가능성이 적어 장기 투여 시에도 안전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