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약통장을 유지해봤자 어차피 당첨도 안 되고 결혼을 안 하면 가점도 최저 수준이라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입니다. 그냥 이 돈을 빼서 기존 아파트를 사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해지를 고민 중입니다."(대구 거주 30대 직장인 A씨) 서울 등 지방에서는 '로또 청약' 열풍으로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반대로 청약통장 무용론도 커지면서 가입자들의 청약통장 해지가 속출하고 있다.
2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총 2548만9863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2550만6389명)보다 1만6526명 줄어든 규모로, 1년 전(2583만7293명)과 비교하면 34만7430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1순위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지난달에만 1673만5611명에서 1668만2779명으로 5만2832명 감소했는데, 이는 6월 감소폭(2만8904명)의 두 배에 가까운 수준이다.
이는 청약경쟁률이 지나치게 과열되고 가점 만점자도 많다 보니 1순위 청약자가 청약통장을 해지하고 기존 아파트 매매 시장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부는 지난 3월 부부 중복 청약을 허용하는 등 청약제도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최근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금리를 최대 2.8%에서 3.1%로 0.3%p(포인트) 인상하기로 하는 등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그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처럼 청약통장 해지가 급증하게 되면 정부 입장에서는 디딤돌, 버팀목 대출 등의 재원이 되는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이 줄어드는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분기 말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운용평잔은 17조7199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2.4% 감소했다. 이에 정부는 지난 6월 청약통장 납입인정 한도를 10만원에서 25만원까지 올려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오는 9월부터 빠르게 가점을 채울 수 있도록 한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