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법적으로도 청춘이고 싶다..
신재일 칼럼

법적으로도 청춘이고 싶다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4/11/04 16:42 수정 2024.11.04 16:42

정년 퇴직을 앞두고 있지만 직장만 벗어나면 주위에서 별로 연장자 대접을 안 해주는 것 같다.
요즘 우리 또래의 연배는 어디 가서 나이가 많다고 이야기할 수 없는 신세다. 아파트 경로당 같은 곳에는 우리세대는 얼씬거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내가 어릴 때 자란 시골 마을에서 노인들의 발언권이 강했다. 장유유서(長幼有序)의 전통이 있는지 모두들 노인을 두려워했다. 초상이라도 나면 동네사람들 모두가 문상을 했다. 그때의 노인들은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렸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이 하는 일은 없었다. 다만 폐쇄된 사회이고 사람들이 마을을 벗어나지 못하니까 아무도 어르신들을 무시하지 못했을 뿐이다. 시골에는 변변한 직장이 없어서 젊은이들도 똑같이 농사를 짓다보니 딱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도 없었다.
옛날 같으면 노인 대접을 받을 나이임에도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 게다가 일을 해야 대접을 받는다. 노인들도 일자리가 없으면 큰소리칠 곳이 별로 없다. 옛날과 달리 대접을 못 받는 뒷방늙은이가 되어야 한다. 스스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으로 노인 인구가 많아졌다. 의학의 발달로 수명도 자연스럽게 길어지는 것 같다. 미국의 지미 카터 前대통령은 100세인데도 아직 살고 있다.
노인 중에 건강을 유지하지 못하는 사람도 있지만 정정한 사람도 있다. 직장에서 10년 전에 퇴직한 선배들 중 아직 왕성한 활동을 하며 연락을 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솔직히 마음은 청춘이다. 아직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고 어떤 일에 열정적으로 부딛혀 보고 싶기도 하다. 물론 몸은 마음과 같지는 않다. 체력도 많이 딸리고 기억력도 예전만은 못하다. 그렇지만 어차피 육체노동을 하는게 아니니까 별 문제가 안된다. 가장 큰 문제는 법적 나이다. 법적으로는 60세면 정년퇴직을 해야 하고 65세만 되면 노인으로 취급받아야 한다. 정연연장이 안되면 방법이 없다,
먼저 퇴직한 친구들 말을 들어 보면 두 가지 반응이 나온다. 하나는 그동안 너무 일을 했으니 더 이상 일하기 싫고 이제 노후를 즐기고 있다는 부류다. 나름 여유가 있는 친구들이다. 다른 부류는 그러기엔 아직 돈이 없어서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사람이다.
더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만두려니 아쉽다고 한다. 퇴직 후 재취업을 하려니 제대로 된 직장을 가질 수 없다. 정년을 연장하면 이런 위험이 없이 계속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에 진출할 젋은이들의 일할 기회를 뺏는 결과가 된다.
언론에 정년연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노인을 75세로 하자는 말도 나온다. 예전에는 지금 내 나이보다 몇 살 어린 55세가 정년이었는데 요즘은 60세로 연장되었다. 당시 고향은 시골이라 농사를 짓는 사람이 대부분이고 정년개념이 없었다.
우리들 세대부터 사무직 근로자가 많이 늘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음세대와 경쟁도 해야 한다. 결국 우리 세대는 낀세대인 셈이다.
요즘 젊은이들도 고민이 많다. AI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만 반대로 AI와 경쟁을 해야 한다. 또한 늦게 시작해야 하는 두려움도 있다. 30세가 넘어야 첫 취업을 하는 사람이 많다. 아무리 의학의 발달로 우리 때 보다 건강상태가 좋다고 하더라도 사회생활을 10년이상 늦게 시작한다면 불행하다. 그만큼 청춘을 즐길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보다 이들의 자녀가 더 큰 문제다. 우리 때는 20데 후반이면 대부분 결혼을 했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평균적으로 30대 중반에 결혼을 한다.
아마도 결혼하자마자 아이를 갖는다고 해도 자녀를 결혼 시키려면 은퇴연령이 지나야 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낳지 않는 저출산 문제가 생겼다.
나는 청춘이고 싶지만 결코 주위의 인정을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마음만 청춘이 아니라 몸도 계속 청춘이고 싶다. 무엇보다 법적으로도 청춘이고 싶다. 그러나 지금은 불가능하다.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