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 자녀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다녀왔다. 혼주가 마련한 전세버스를 이용하였다. 그런데 다녀오는데 여유가 없었다. 결혼식은 오후 3시이고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왔는데도 식장에는 간신히 도착했다. 당연히 밤늦은 시간에 귀가를 했다.
서울에 다녀오면서 보낸 시간 중 순수하게 하객의 역할을 하며 보낸 시간은 1시간 30분 남짓하고 나머지 10시간이 넘는 시간을 오고 가는데 허비했다.
사실 이전에도 다른 일로 서울을 다녀올 때 서울에서 보내는 시간은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서울을 다녀오면서 하는 일은 시간 효용을 따지면 너무 비효율적이다.
서울에서 이동시간이 긴 원인은 서울 시내가 너무 막히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은 사람이나 차들이 서울에 모여 있기 때문이다. 왠 차들이 이리 많은지 도로를 뒤덮는 것 같다. 지방에도 막히는 도로가 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구간이 길지는 않다. 서울은 인근에서부터 막혀서 시내 진입 자체가 어려웠다. 즉 수도권 전체가 막힌다고 보면 된다.
교통체증이 심하니 서울시민들은 길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을 것이다. 나는 버스를 타고 가면서 서울 시내의 멋진 건물과 시가지를 감상을 했는데 도로를 메운 차량의 운전자들은 아쉽게도 감상할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은 운전대를 잡고 앞차 뒤차와 도로 표지판만 응시해야 한다. 끼어들기에 양보를 안 하는 운전자의 습관은 우린 서울시민이나 똑같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피곤해서 감상할 여유가 없을 것이다.
이런 서울에서 차를 몰면 연비가 낮게 나오는 것은 분명하다, 주유소 기름값도 지방보다 비싼 것 같다. 결국 서울의 운전자는 돈이 많아야 한다. 차들도 모두 고급차들이다.
서울에서 생활은 시간과 돈이 너무 많이 들 것 같다. 평균적으로 지방의 직장인에 비해 출퇴근 거리가 길고 교통체증도 심하다. 그래서 서울시민은 많이 벌지만 행복지수는 낮다고 한다. 몇 년전 서울에서 살다가 근무지 때문에 세종시로 이사한 한 공무원이 자기의 삶을 평가하며 결과적으로 삶의 질이 좋아졌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수입은 같지만 훨씬 여유로운 생활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민이 운전을 하지 않거나 출퇴근을 하지 않는 순수히 일만 할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하면 지방인에 비해 작을 것이다. 지방에서는 자역을 옮겨가며 하루에 두가지 일정도 소화할 수 있다. 이런 것이 서울에서는 불가능하다고 한다.
서울시민은 바쁘다. 일을 많이 한다. 그러나 시간은 부족하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이동시간 때문에 서울에서 시간이 더 걸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서울시민은 시간을 쪼개서 하는 일들이 익숙하다.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
그럼에도 서울시민이 지방에 내려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삶의 질 하락을 상쇄할 소득과 기회가 서울이라서 주어지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도 서울에서만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살아야 하는 것이다.
물론 인프라가 잘 갖춰진 상태라 가능하다. 특히 대중교통시스템이 부럽다. 지방에서 차를 끌고 나가지 않으면 불편할 때가 너무 많은데 서울에서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 BMW(Bus Metro Walking)로 미화되는 대중교통이 잘 되어 있는 것이 부럽다. 지하철요금이 면제되는 노인들이 하루종일 지하철 투어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상대적으로 지방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열악하다. 지하철은 노선이 몇 개 안되어 갈 수 있는 곳이 적고 버스는 배차시간이 너무 길다.
대중교통 이용율이 너무 낮아서 적자를 면하지 못한다고 한다. 가끔 이용하는 버스에 빈자리가 많으면 민망할 때도 있다.
가끔 시간이 남아돌아 멍 때리고 있을 때 이렇게 시간을 그냥 허비하는 것이 너무 아깝다고 느낄 때가 있다. 퇴직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퇴직후 남는게 시간이라지만 그냥 허비할 생각은 없다. 10여년전 서울에서 근무할 때 바쁘게 설치는 서울시민들을 보고 나도 아까운 시간에 뭐라도 하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지난주 서울에는 폭설이 내렸다. 10여건의 사고는 있었지만 교통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한명도 없었다고 한다. 역시 서울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방에도 투자를 해서 이런 시스템이 잘 갖춰졌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수도권 집중도 완화되어 지방에서도 살 수 있다면 서울시민들도 지방에 내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