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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아야 하는데…..
신재일 칼럼

용두사미(龍頭蛇尾)가 되지 않아야 하는데…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4/12/30 15:48 수정 2024.12.30 15:48
신 재 일 수필가

이제 2024년이 끝나고 2025년이 시작된다. 2024년은 갑진년(甲辰年) 용띠해이고 2025년은 을사년(乙巳年) 뱀띠해이다.
연도에 동물을 연결시키는 12지(띠)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고 여기에 붙는 한자어도 실제 동물과 다른 글자이지만 워낙 민간에 널리 퍼져있기 때문에 비슷한 연령대에서는 정확한 나이를 구분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같은 세대 안에서 같은 연도끼리 동료 의식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해에 때어난 동갑생들끼리 모임인 갑계(甲契)도 많이 있다.
그런데 다른 띠들과 관계에서 용띠와 뱀띠는 단순히 뒤이어 온다는 차원을 넘어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용과 뱀은 형제라는 느낌을 주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상의 동물인 용을 생물학적으로 분류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뱀이 용으로 승천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굳이 따진다면 용은 뱀의 발달된 버전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믿는 사람이 많을 것다.
따라서 용띠해인 2024년과 뱀띠해인 2025년을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생각할 수 있다.
특히 2024년에 시작했다가 2025년에 마무리되는 2년짜리 사업이 있다면 아주 자연스럽다. 사업 뿐만 아니라 사건들도 연결시킬 수 있다. 유난히도 사건 사고가 많았던 2024년인데 이런 사건들이 연말까지 마무리 되지 않고 2025년으로 이어지면 이런 경우가 된다.
개인적으로도 2024년에 시작한 일인데 2025년에 마무리해야 할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제대로 되었다면 다음연도로 넘기지 않고 당해 연도에 끝냈어야 하는 일인데 결국 해를 넘기게 되었다. 주위의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아 불가피한 경우도 있지만 일을 철저하게 하지 못해서 그렇게 된 경우가 더 많다.
사자성어로 용과 뱀을 포함하는 단어가 많은데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말이다. 용머리와 뱀꼬리라는 의미로서 처음은 좋지만 좋지 않게 끝날 때 쓰는 말이다. 주로 계획을 세워 진행하던 도중 외부의 변수로 계획을 수정하면서 진행하다 보면 원래 목표만큼 이루지 못하고 주어진 여건에 맞춰서 축소하거나 후퇴하게 되어 결과물이 망가지는 경우에 쓰게 된다. 현실적으로 주위에서 많이 볼 수 있다.
용두사미의 원인은 경제적, 시간적, 정치적 이유 등 외적인 이유가 개입되다 보니 불가피하게 원래 계획을 점점 축소하거나 변형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초 계획 자체가 무리한 계획이었을 수도 있지만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의지가 없었거나 게을러서 그렇게 되는 경우도 많다.
12지로 따지더라도 뱀띠가 먼저 오고 용띠가 뒤에 온다면 더 나아지는 모습이겠지만 용이 먼저 오고 뱀이 나중에 오기에 점점 나빠지는 모양새가 될 수 밖에 없다. 용두사미 현상을 감안해서 이렇게 순서를 정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
주위를 살펴보니 2024년에 거창하게 시작하였지만 2025년에 초라하게 끝날 것이 예측되는 일이 많다.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니 당초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향후 상황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 모르지만 이상한 결과로 끝난다면 결국 용두사미가 될 수 밖에 없다.
을사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을사늑약(乙巳勒約)이란 좋지 않은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대한제국은 사실상 일본의 식민지가 되는 계기가 되는 수치스런 사건이다. 국력이 약해서 제국주의 일본에 나라를 빼앗긴 당시의 상황이 가슴 아픈 교훈을 준다. 그러나 120년이 지난 요즘도 그때의 교훈을 망각하고 정신을 차리지 않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어 우려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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