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일간경북신문

설날 귀성 단상..
신재일 칼럼

설날 귀성 단상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1/21 15:32 수정 2025.01.21 15:32

이번 설날의 연휴 3일은 주말이나 일요일과 겹치지 않고 정확히 한주의 가운데인 화수목요일이다. 연휴기간이 짧아서 귀성이나 귀경이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8일 오전 7시에 열차표를 예매하는 열차 예매 시스템인 렛츠 코레일 사이트에 접속을 시도하였다. 서울에 살고 있는 딸의 귀성 열차표를 구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차표를 예매하려는 사람이 폭주하여 몇 만명이 접속대기 중이었고 한 시간 가까이 대기하여 간신히 접속하니 좋은 시간대는 이미 매진된 상태라서 헛수고만 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다른 차편을 통해 간신히 내려오는 표를 마련했다.
딸은 작년 연말부터 서울에 혼자 살게 되었는데 이번에 내려오는 것은 귀성이라기보다는 그냥 매주 주말마다 집에 다녀가는 수준이다.
설 연휴기간에는 모든 관련 가게들이 문을 닫는 바람에 서울에서 혼자 남아서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또한 아는 사람이 없다 보니 만날 사람도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으로 와야 한다.
그런데 예매가 끝나자 정부에서 임시공휴일을 지정하여 다소 맥이 빠지는 상황이 되었다. 27일이냐 31일이냐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27일로 하였다. 그런데 임시공휴일 지정과 관련하여 정부에서 이를 남발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기업의 60%는 설연휴가 아닌 임시공휴일에는 일을 해야 한다는 통계도 있다. 모두가 같은 처지는 아닌 모양이다.
우여곡절 끝에 딸의 귀성 차편을 해결하고 나니 꼭 이렇게 귀성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집이 대구다 보니 고향인 포항까지는 운전해서 가도 크게 어려움이 없지만 만약 서울이라면 포항까지 운전하려면 교통체증이 심한 도로에서 몇 시간을 시달리는 것도 너무 어렵다. 그렇다고 기차표를 구하려니 하늘의 별따기다.
그리고 정작 이렇게 고향에 가서 기분좋게만 지내다 오는 경우도 별로 없는 것 같다. 오래 만에 만난 친지나 가족들 때문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명절 이후 이혼율이 높아진다는 통계도 있다.
어릴 때 설날은 신이 났지만 지금은 아니다. 당시 먹을 것이 부족하여 모처럼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명절이 기다려졌지만 요즘은 먹는 것 때문에 명절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오히려 과식으로 배탈이 날까 조심하게 된다. 설날이 즐겁게 놀 수 있는 때는 다시 오지 않을 것 같다.
나의 경우도 현재는 어머니가 고향에 살아계시니 귀성을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내가 집안에서 가장 큰 어른이 된다면 굳이 가족들에게 명절날 귀성을 요구하지 않을 것 같다.
어른 산소에도 명절날에만 다녀갈 필요가 없이 평소에 가면 된다. 딸의 경우도 서울에서 자리를 잡고 삶이 익숙해지면 꼭 명절날 오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 평소에도 주말이면 부담없이 다녀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교통이 발달하여 평소에도 잘 다녀갈 수 있고 SNS 때문에 소통을 잘 하기 때문이다.
사실 명절이 되어야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만나면 반갑기 보다는 부담스러운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굳이 명절이 아니더라도 만날 수 있는 사람과는 명절에 혼자서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게 될 것 같다.

저작권자 © 일간경북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