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내내 한파가 나를 괴롭혔다. 겨울이라면 당연히 느끼는 추위보다 더 심한 것 같다. 지겨운 한파가 계속된다는 일기예보를 계속 접했다.
체감적으로 1월보다 더 추웠던 것 같다. 언제쯤 평년기온을 되찾을지 모르겠다.
이런 추위에 독감에 걸린 후 회복이 되지 않아 고생을 했다. 이번 독감은 지독하다고들 말한다. 나뿐만 아니라 주위에 독감에 고생을 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2월 하순이라면 겨울의 막바지로서 봄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하는데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다. 아예 푹 쉬기라도 하면 회복이 될 것 같은데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해야 할 일들이 많았는데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움추러든 몸을 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추운 날씨에 정상적이지 못한 컨디션이니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가장 어려운 점은 예전의 생활패턴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다. 매일 하는 일상적인 일들을 할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니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더 피곤한 것 같다.
이런 생활을 하면서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일상생활이라는 진리를 깨달았다. 일상생활은 평범한 것, 일상적인 것, 자연스러운 것, 습관적인 것, 정상적인 것이다. 이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너무 일상적인 것들만 있으면 따분하기도 하지만 생활이 일상적이지 못하면 피곤해진다. 아무리 흥분되고 멋진 일이라도 일상생활이 뒷받침될 때 가치가 있다. 마치 공기처럼 정상적으로 존재할 때는 전혀 인식하지 못하다가도 없거나 부족하면 바로 느끼는 것과 같다.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상황을 재난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갑자기 사고라도 당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진다. 어려움이 있더라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으면 재난이 아니다. 그래서 재난이 발생했을 때 재난극복의 마지막 단계를 일상회복이라고 한다.
요즘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는 것들이 많다. 이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재난이 될 수 밖에 없다. 눈으로 보이는 재난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이지 않더라도 우리의 일상을 위협하면 재난이 된다. 그래서 자연적이거나 사회적인 재난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재난도 있는 것이다. 심리적인 재난은 분위기 때문에 오는 재난이다.
요즘 사회분위기는 심리적인 재난인 것 같다. 사회가 너무 시끄럽다. 뉴스를 보면 시끄러운 분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우리를 조용하게 살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것 같다. 예전의 평범했던 일상생활은 불가능할 것 같다. 이런 상황도 일상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볼 수 있다. 심리적으로 여유를 갖지 못하고 마음의 추위를 느끼게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 물리학적인 추위보다는 이런 심리적인 추위가 우리를 더 괴롭히는 것 같다. 단순히 기온이 춥기만 하면 방한장비를 갖추거나 하면 되는데 심리적으로 안정되지 못하면 온전한 일상을 유지할 수 없다.
심리적인 추위로 일상을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을 옛날 중국 시인이 쓴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오랑캐땅에는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사회적인 분위기가 안정되지 못하면 3월이 되어 봄이 오더라도 예전의 봄처럼 여유를 갖지 못하는 생활을 하게 될 것만 같다. 주변 상황들이 예전의 일상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위협하는 모습이 전개될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적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일상을 마비시키는 재난도 있다. 일상생활을 마비시킨 가장 강력한 재난의 기억으로 5년전에 시작된 코로나 사태를들 수 있다. 당시 사회를 봉쇄하는 바람에 마비된 상황에서 일상생활이 위협을 받았다. 그리고 이 기간이 너무 길었다. 지겨운 생활을 보내야 했던 기억은 아직도 악몽이었다
지난주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연구소에서 사람에게 전파 가능성이 있는 신종 박쥐 코로나바이러스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자라보고 놀란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다시 코로나의 악몽이 시작될까 걱정이 된다.
다행히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인간 세포에 쉽게 침투하지는 못한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모쪼록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