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말인 28일 밤에 청소를 하면서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놓으니 폭주족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단지에서 우리 동은 큰 길과 접하여 있어 창문을 열면 지나가는 차소리가 들리는 구조다. 소음기를 제거한 채 질주하는 오토바이의 굉음이 시끄럽다.
그러고 보니 다음날인 3월 1일은 삼일절이다. 올해는 을사년으로 120년전 을사 늑약이라는 단어가 가장 먼저 떠오르기에 다른 해의 삼일절과는 또 다른 느낌이 든다.
이런 삼일절을 기념하는 폭주족이 있다는데 기념하는 것은 좋지만 굳이 저렇게 주위에 민폐를 끼쳐야 하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삼일절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도 되었다. 중요한 역사적 의미의 삼일절은 학자들에게 맡기고 계절이 전환되는 계기로서의 삼일절을 생각해보았다.
마침 개인적으로 2월에 여러 가지 일이 있어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허둥지둥했었는데 바뀌는 3월부터는 심기일전하여 새롭게 시작하려는 계기로 삼고 싶었기 때문이다.
3월에 정치적으로 중요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기도 하여 주변에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마침 올해 삼일절은 토요일이라 3일이 대체휴무일로 지정되어 3일 연휴이다. 연휴를 이용하여 여행이라도 다녀온 후 새로 시작되는 3월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새 출발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삼일절 부터 3월이 시작된다. 그래서 삼일절은 2월과 3월을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보통 1월에서 2월로 넘어가는 날에는 별로 느낌이 없었는데 2월에서 3월로 넘어갈 때는 무엇인가 바뀐다는 느낌을 갖게 된다.
어릴 때부터 다녔던 학교에서 새로운 학년도가 시작되다 보니 확실히 구분을 해왔던 기억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 기억에는 삼일절이라는 공휴일의 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다. 삼일절 저녁에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학년을 맞아 바뀌는 선생님과 동료들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이 교차하여 잠을 못 이루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삼일절 학습효과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지속되었다.
지나간 2월은 1년 중 가장 짧은 달이라 존재감이 별로 없지만 겨울의 막바지라는 기분이 강하다.
특히 올해는 2월에 추위가 많이 와서 겨울이 길었다는 느낌이다. 툭하면 한파가 이어진다는 기상예보가 많았다. 특히 주말 내내 한파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한겨울인 1월과 차이가 별로 없었다 보니 더욱 그런 기분이 강했다.
그런데 3월이 되니 거짓말처럼 날씨가 따뜻해지는 것 같다. 내리는 비가 봄비라는 느낌도 든다.
연휴 마지막 날인 3일에 폭설이 내리는 지역도 있지만 한겨울의 폭설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이런 기분은 당연히 심리적인 측면이다. 2월이라는 생각과 3월이라는 생각은 마음가짐을 다르게 만든다.
3월부터 시작되는 봄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달력으로서 1년은 1월부터 시작되지만 계절로서의 1년은 봄부터 시작된다.
사계절을 나열할 때는 봄부터 시작하여 여름 가을 겨울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연간계획도 마찬가지다. 스포츠와 같은 행사들은 보통 춘계행사부터 계획한다.
1월부터 시작하는 계획도 있지만 연초에 계획한 일이 작심3일로 끝나게 되면 3일절 이후 3월부터 다시 시작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생물학적으로는 많은 생물의 일생은 봄부터 시작된다. 그
래서 봄은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라는 말도 있다. 1년살이 생물은 봄에 일생을 시작한다.
여러해살이 생물 중에서도 겨울잠을 자는 동물은 봄에 깨어나서 다시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위한 몸부림을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봄에 꽃이 핀다. 식물이 꽃을 피우는 행위는 생명을 잉태하는 행위의 기본이 된다. 꽃이 피어야 생명체가 활동한다는 느낌이 든다.
우연히 벚꽃 길로 유명한 어떤 거리를 걸으면서 보니 벚나무들이 꽃을 피우려고 그러는지 잔 가지들에 변화가 보인다.
곧 피어날 꽃눈이 보이는 것 같다. 추운 겨울을 이겨낸 꽃가지들의 왕성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3월에는 산과 들에 꽃이 피듯이 우리의 삶도 꽃이 피는 삶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