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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아직 거리에 꽃은 피지 않았지만”..
신재일 칼럼

“아직 거리에 꽃은 피지 않았지만”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3/10 13:24 수정 2025.03.10 13:24

3월이지만 아직 완전한 봄을 느낄 수는 없다. 대동강 물도 풀린다는 우수와 경칩이 지났는데도 날씨는 아직 쌀쌀하다. 지난주에는 눈도 내렸다. 흐린 날씨가 많아 아직 봄철 특유의 화창한 날씨를 기대할 수 없다. 꽃샘추위가 올 수도 있어 겨울옷을 집어넣기엔 조금 불안하다.
무엇보다도 봄을 상징하는 꽃들을 아직 볼 수 없다. 주변에 심겨져 있는 꽃나무들이 3월말에야 피는 벚꽃 위주다 보니 제대로 꽃구경을 하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한다. 빨리 피는 꽃을 볼려면 야외에 나가든가 해야 한다.
사회 분위기도 아직 봄을 느낄 수 없게 만든다. 이는 심리적인 요인이 작용하기 때문인 것 같다. 요즘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봄이 왔지만 봄을 느낄 수 없도록 만드는 요인들이 많은 것 같다.
옛날 중국의 어떤 시인은 오랑캐 땅에 화초가 없으니 봄이 와도 봄같지 않다(胡地無花草 春來不似春 호지무화초 춘래불사춘)고 했다. 북방으로 시집간 황녀 왕소군을 위로하는 시인데 오랑캐 땅이라고 해서 꽃이 없는 건 아니겠지만 답답한 현실을 묘사한 것이다.
우리도 춘래불사춘의 경험을 많이 했다. 봄이 왔지만 봄을 즐지지 못하는 시절이 여러번 있었다. 대표적인 경험은 5년전 코로나 시기에 맞은 봄이었다. 당시 갑자기 발생한 코로나로 사회가 봉쇄되어 봄의 분위기를 전혀 느낄 수 없었던 답답한 봄이었다.
코로나 시기 만큼은 아니지만 지금도 혼란스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봄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반목하는 집단간 극한적인 대립으로 화해의 기미가 보여주지 않는다. 혼란스런 상황에 해빙이 언제 올지 모를 지경이다.
혼란의 원인은 최근에 온 것이 아니다.
오랜 기간 동안 누적된 불신으로 서로를 적대시해야만 살아남는 세상이 되었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봄이라고 해서 마냥 좋은 날만 있는 것은 아니다. 사계절 중에서 봄은 기온의 변화가 가장 심한 계절인 듯하다. 갑자기 돌풍이 불기도 하고 급격한 온도의 변화로 감기환자를 만들기도 한다. 또한 날씨가 포근해지면 불청객인 미세먼지가 우리를 괴롭힌다. 꽃가루가 비염환자를 만들기도 한다. 얼음이 녹는 해빙기에는 안전사고도 많이 난다고 한다.
사회도 봄철의 혼란이 올 수 있다. 예전부터 봄에는 잔인한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봄이 되면 보릿고개가 우리를 괴롭혔다. 또한 노동운동인 파업과 직장폐쇄 등 노사분규도 봄에 많았다. 춘투(春鬪)라는 표현도 있었다. 이외에도 봄이라는 계절의 특성상 생각하지도 못한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다. 비록 반어법적인 표현이지만 TS 엘리엇이란 시인이 오죽하면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표현을 했겠는가
하지만 어쨌든 오는 봄이다. 다시 겨울로 돌아갈 수는 없다. 이제부터는 겨울보다는 따뜻한 날이 분명하므로 한겨울처럼 중무장한 옷차림으로 살아갈 수는 없다. 그리고 오랑캐 땅이 아니니까 이 땅에는 꽃들도 필 것이다.
이럴 때 봄을 맞을 준비가 필요하다. 다가올 농번기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바쁜 일정이 시작된다. 우리들도 바쁘게 일해야 한다. 1년의 사업을 봄에 시작하는 사람도 많다.
거리의 벚나무들을 보니 꽃이 필 준비는 하고 있는 것 같다. 꽃가지에 순이 돋아나는 것이 보인다. 이 순들이 무르익어 꽃이 될 것이다. 꽃나무들의 몸속에 있는 생체시계는 지금도 돌아가고 있다.
사회도 봄을 맞을 준비는 하고 있는 것 같다. 사회를 보니 최근 몇 가지 얽힌 실마리가 조금씩 풀려가는 느낌이다. 일어나는 현상들을 보면 분명 앞으로 전진하는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비록 아직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봄은 분명히 왔고 우리는 꽃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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