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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도대체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신재일 칼럼

“도대체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3/31 15:14 수정 2025.03.31 15:14

2주일전 꽃샘추위와 함께 폭설이 내렸다. 추위는 며칠 동안 계속되었고 또한 예상하지 못한 폭설에 남해 고속도로에서 수십 대의 차들이 눈에 미끄러져 연쇄 추돌하는 교통사고가 났다. 당시 모처럼 여행을 하다가 이런 상황 때문에 일정을 축소했다. 사고에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추위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고 다른 안 좋은 상황이 발생하여 도저히 여행을 계속할 수 없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다음 주에 다시 시간을 내어 제대로 된 여행을 하기로 생각했다. 몇 년 동안 홀로 여행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침 벚꽃이 필 때가 되니 좋은 기회로 보였다. 전국에 200개가 넘는 벚꽃 축제가 있다는데 이중 몇 개를 구경하며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았다.
그런데 꽃샘 추위가 끝나는 주말에는 갑자기 전국 곳곳에 산불이 났다. 경남 산청지역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산불이 퍼졌다. 특히 경상북도 북부지역에는 의성에서 발화한 산불이 인접한 여러 시군에 번지는 사상 최악의 산불로 기록되었다. 산불은 높은 기온과 태풍급 강풍을 타고 급속도로 번졌기 때문에 속수무책이었다. 인명피해도 많이 났다. 일주일 내내 계속된 산불에 지역경제도 초토화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주 후반에 벚꽃은 화려하게 피었지만 도저히 즐길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기에는 사회분위기가 너무 어두웠다. 길거리에는 산불 때문에 축제의 취소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많이 걸려있었다. 당연히 여행은 포기해야 했다. 무슨 욕을 먹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생각하지도 못한 산불 때문에 일정이 어그러진 사람이 많을 것이다. 특히 오랫동안 준비해온 일이 무산되어 황당함을 느낄 관계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여행을 포기하는 것처럼 개인적인 일은 그런대로 참을 만 하지만 축제가 취소되면 수개월 동안 준비했던 사람들은 허무함을 넘어 멘붕이 오기도 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운동대회 등을 강행하였다고 욕을 먹고 있는데 그럴 수 밖에 없는 사정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열흘 전까지만 해도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산불과 관련하여서는 예전에 불이 많이 나는 2월에서 3월 중순까지의 시기에 올해는 많이 발생하지 않아서 잘 넘어가는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3월말에 난 산불이 이렇게 크게 번질 것이라고 누가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요즘 살다보면 생각하지도 못한 상황들이 너무 많이 발생한다. 도대체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전혀 예측하지 못할 이상한 일들이 갑자기 튀어나와 재처가 어려운 경우가 있는데 이를 ‘갑툭튀’라고 한다.
갑툭튀로 당초 계획했던 일들이 엉망이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엉망이 된 일 때문에 다른 일도 연쇄적인 영향을 받게 되어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결과를 낳게 되기도 한다.
미래를 예측하는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예측이 불가능하다. 최첨단 AI가 있었다고 해도 아직은 부족하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은 미래에 발생하는 갑작스런 일에 영향을 받고 있다.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포항에서는 2017년 지진으로 시민들이 고생했던 악몽이 있다. 정말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사건이었다. 지난 2020년 생각하지도 못한 코로나 때문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았다. 마침 2020년 열릴 예정이던 일본 올림픽이 연기되어 이날만 기다리며 연습했던 많은 운동선수들이 실망했었다. 그 다음해 올림픽이 열리기는 했지만 몇몇 종목에서는 출선 선수가 바뀌기도 했다. 전성기가 짧은 종목에서는 기량의 변화 때문에 다른 선수에게 양보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모두 황당한 상황이다.
지난 주말에는 다시 꽃샘추위가 왔다. 2주전보다는 약하지만 활동을 움츠러들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황당하기만 하다. 혹시 벚꽃이 화려하게 피는 것을 샘내는 진정한 꽃샘추위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우리는 자연의 힘을 이길 수 없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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