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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전쟁나면 나까지 예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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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가 전쟁나면 나까지 예비군?”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5/08/18 16:18 수정 2025.08.18 16:18

지난주 우리나라 병력이 45만명 대까지 내려앉으면서 사단급 이상 부대 17곳이 해체되거나 통합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러한 병력 감소와 부대 해체는 우수 인재 확보의 어려움, 장비 운용 능력 저하, 작전 수행 역량 약화 등 다방면에 걸쳐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한다.
요즘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사람이 없으니 사람을 모아야 하는 학교나 종교 단체 등에서는 어려움이 많다. 이런 저출산 문제의 충격에 군대까지 영향을 받게 된 것이다. 용병이 아닌 국민이 나라를 지키는 국민개병제 국가에서 병력의 근간이 되는 인구의 감소는 심각한 문제다.
전쟁은 없어야 하지만 국방은 군인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대전은 첨단 장비로 이루어지지만 결국은 지상군이 투입되어야만 끝낼 수 있다.
특히 과거의 전쟁에서 병력 수는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손자병법에도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白戰不殆)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가장 먼저 알아야 하는 것은 병력의 규모다. 먼저 아군과 적군의 숫자를 파악하고 비교하여 과연 맞서 싸울 수 있는지를 판단하여야 한다.
과거에는 상대방을 기죽게 하려고 병력 수를 과장하기도 했다. 특히 중국에서 과장이 심했다. 호활백만(號曰百萬)이라고 툭하면 백만병력이라고 부르며 과장한다는 말이 있는데 삼국지 같은 소설에서 수시로 백만대군이란 숫자가 나온다. 당시 인구를 보면 불가능한 숫자다. 그렇지만 이런 과장된 숫자는 상대를 압도하는 효과가 있었다.
국가의 병력은 국가의 인구에 기반한다. 인구가 많은 국가는 무리하지 않고도 많은 병력을 뽑을 수 있다. 인구가 적은 국가에서 비슷한 군인을 징집하려면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현대는 인구 통계가 잘 되어 있기에 함부로 호왈백만 식으로 과장할 수도 없다. 그리고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열외를 인정해서도 안되는 상황이 되었다.
나는 1980년대 말에 현역으로 군복무를 했다. 당시 나보다 운동도 잘하고 체격이 좋은 친구들이 방위로 빠진 경우가 많았지만 웬일인지 나는 신체검사에서 현역으로 판정받고 전라북도 해안을 지키는 35사단에서 근무했다. 당시 나보다 체격이 좋고 힘이 쎈 방위병들과 같이 근무하면서 갈등과 우정을 경험하며 젊음을 불태웠다.
당시는 현역병으로 갈 수도 있는 사람들이 방위병으로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방위병이 되어 동사무소 등에서 근무를 하면서 편하게 군생활을 하거나 심지어 면제된 사람도 많았다. 병역비리로 면제된 사람도 없지는 않았겠지만 정상적으로 면제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도 국가 전체의 병력을 유지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인구가 많아서 병으로 충원할 자원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 당시보다는 깐깐해졌다. 전경이나 방위병 같은 대체복무 자체가 없어졌고 면제받기는 훨씬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병력을 충원하지 못해 부대를 해체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저출산으로 병력으로 징집할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병력부족은 만회하기 위하여 군인에 대한 처우개선을 이야기하는데 근본적인 것은 아니다. 병력을 충원할 인구가 있어야만 한다. 물론 경제력이 있으면 용병을 쓸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국민개병제 국가에서 불가능한 현실이다.
그런데도 저출산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출산율은 갈수록 떨어진다. 이러다가 전쟁이 일어나면 모든 남성들이 투입되어야만 할 판이다. 이제 비상시에는 젊은이 뿐만 아니라 고령자들도 징집이 될 수 밖에 없는 형편이 될 것이다. 나의 경우 나이가 있으니 현역으로 가는 것은 어려울 테고 예비군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제대후 다시 입대하는 꿈을 꾸는 사람이 많다. 나도 몇 번 꾼 기억이 있다. 그러나 예비군 연령이 끝나고 나서 다시 꾸지 않았다. 예비군 훈련은 현역으로 복무하는 것 보다는 어렵지 않으니까. 물론 이제는 예비군 소집 연령도 한참 지났기에 군대에 대한 감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서는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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