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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 함성 뒤의 고독..
오피니언

독도, 함성 뒤의 고독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6/07/27 15:58 수정 2026.07.27 16:00
최홍배 국립한국해양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

2012년 여름, 런던 올림픽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직후였다.

박종우 선수는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를 들었다. 관중은 환호했다. 그러나 그는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징계가 내려졌고 동메달은 한참 뒤에야 전달되었다. 경기장 안에서 선수 한 명이 들어 올린 종이 한 장이 그토록 무거운 결과를 낳았다. 그 장면이 오래 마음에 남은 것은 억울함 때문만이 아니었다. 국제 스포츠가 영토 문제 앞에서 얼마나 다른 무게를 적용하는지를 그 순간 너무 선명하게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무게는 어느 쪽에 더 기울어져 있는지도.

그로부터 14년이 지났다.

2026년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선수들은 포클랜드(말비나스) 제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노래와 현수막으로 정치적 논란을 일으켰다. 결승전 이후에는 거친 충돌과 비신사적 행동까지 이어졌다. FIFA가 조사에 착수했으나 최종 판단은 아직 남아 있다. 물론 포클랜드와 독도는 역사적·법적 배경이 서로 다른 사안이다. 그러나 이 두 장면을 나란히 놓으면 피하기 어려운 질문이 떠오른다. 국제 스포츠 기구의 규범은 과연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으로 적용되는가. 2012년 런던의 종이 한 장과 2026년 결승전의 노래와 현수막은 정말 같은 잣대로 심판받고 있는가. 그 질문 앞에서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가 어렵다.

국제기구는 모두에게 같은 잣대를 들이댈 때 비로소 신뢰를 얻는다. 그러나 현실의 국제사회는 법과 원칙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외교적 이해관계와 국제 여론 스포츠의 흥행과 영향력까지 복잡하게 뒤엉킨다. 힘이 센 나라의 선수가 들어 올린 현수막과 힘이 약한 나라의 선수가 들어 올린 종이 한 장이 같은 무게로 다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특정 국가를 향한 감정적 비판보다 국제 규범이 얼마나 일관되게 작동하는지를 차갑고 집요하게 지켜보고 기록해야 한다. 분노는 사라지지만 기록은 남는다.

그리고 여기서 진짜 질문이 시작된다.

한일전이 열릴 때마다 감정적 구호를 외치는 것이 독도를 지키는 길인가. 아르헨티나 선수들의 뜨거운 행동이 포클랜드의 차가운 법적 지위를 단 한 줄도 바꾸지 못하듯, 분노만으로는 독도를 지켜낼 수 없다. 순간의 함성은 공기 중에 흩어진다. 남는 것은 논리다. 역사 자료다. 그리고 그것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조용하고 끈질긴 교육이다. 경기가 끝나고 응원의 열기가 가라앉은 자리에도 독도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파도에 씻기고 바람에 깎이면서 누군가 기억해주기를 기다리며 홀로 서서 그것이 독도의 고독이고 동시에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이다.

독도와 가장 가까운 땅에 사는 경북의 시민들이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안다. 독도는 가슴으로만 지키는 섬이 아니다. 국제법의 논리와 정확한 자료 세계를 향해 차분히 설명하는 품격 있는 시민의식이 쌓일 때 비로소 지켜지는 섬이다. 울릉의 주민들이 그 섬을 바라보며 살아온 세월이 그 어떤 외교 문서보다 먼저 독도를 지켜온 힘이었다. 이 땅에서 독도를 향한 교육과 연구가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스포츠는 때때로 영토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중요한 것은 그 기억을 소비하는 방식이다. 일회성 분노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역사를 공부하고 국제법을 익히며 다음 세대에 조용히 전하는 교육으로 이어갈 것인가. 함성이 사라진 자리에서 무엇이 남는가. 그 질문이 독도를 지키는 출발점이다.

독도는 그라운드의 함성으로 지켜지지 않는다. 억지 주장에는 정확한 자료와 국제법으로 답하고 들끓는 감정에는 서늘한 품격으로 대응하며 소박한 일상의 교육 속에서 꾸준히 기억될 때 비로소 지켜진다.

월드컵은 끝났다. 독도를 향한 우리의 과제는 종료 휘슬 없는 경기다.

독도는 분노하는 자의 것이 아니다. 끝까지 품격을 잃지 않고 공부하며 지키는 자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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