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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안동 묵계리 주민들 “비도 안 왔는데 방구석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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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 묵계리 주민들 “비도 안 왔는데 방구석엔 물”

김연태 기자 xo1555@naver.com 입력 2026/06/28 17:43 수정 2026.06.28 17:43
산불지역 이재민 임시주택 기초공사 ‘대형 참사’
시·시공사 무법천지식 강행
500여평 밭, 저수지 돌변
감전 사고 등 위험 ‘무방비’

작년 의성군 산불로 피해를 입은 안동 지역에 이재민 임시주택을 짓는 기초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시공사와 안동시청의 무법천지식 공사로 인근 주민 14가구와 농지가 통째로 물에 잠기는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27일 오후 기자가 직접 찾은 경북 안동시 길안면 묵계리 현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최근 이렇다 할 큰비가 내리지 않았음에도 마을 초입부터 시커먼 흙탕물이 빠지지 못한 채 고여 있었다.

피해 주민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가 안방 장판을 들추자, 시멘트 바닥 위로 물이 흥건하게 차오르며 발밑에서 ‘첨벙’ 소리가 났다.

벽면은 축축하게 젖어 곰팡이 냄새가 진동했고, 부엌과 창고는 누전으로 인한 감전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주민 A씨는 젖은 장판을 쥐어짜며 목소리를 높였다. "며칠 전 찔끔 내린 비도 전혀 안 빠지고 방구석까지 밀고 들어온다. 본격적인 여름철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우린 맨몸으로 수몰되라는 소리냐"며 울분을 토했다.

마을을 둘러싼 500여 평의 밭은 이미 농지 기능을 잃고 저수지로 변했다. 주민들이 심어둔 고추, 참깨, 땅콩, 콩 등은 배수가 안 돼 뿌리부터 완전히 썩어가고 있었다.

여기에 공사 현장에서 흘러든 흙탕물과 오염물질로 주민들이 마시는 식수용 지하수마저 심각하게 탁해져 생존권까지 위협받는 실정이다.이 모든 비극은 안동시가 발주한 ‘임시주택 건립 기초공사’에서 시작됐다. 현장의 임시주택 부지는 주변 지대보다 눈에 띄게 높게 솟아 있었다.

당초 계획된 흙돋우기(성토) 높이는 1.33m로, 이대로만 했어도 인근 민가에 배수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공사는 규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제방 높이와 맞먹는 2.2m까지 무단으로 흙을 쌓아 올렸다.

순식간에 2m 넘는 거대한 흙벽에 가로막힌 원주민 14가구와 농지는 푹 꺼진 분지 형태가 돼 물이 갇혀버렸다. 게다가 시공사는 배수 관로만 형식적으로 묻어놓고, 정작 가장 중요한 하수구 연결 작업을 끝내지 않은 채 공사를 밀어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공사 과정은 총체적 불법과 행정 공백으로 얼룩져 있었다. 안동시청과 시공사는 공사를 시작하면서 주민 설명회나 공청회 등 의견 수렴 절차를 단 한 번도 거치지 않았다.

현장 취재 결과, 이 공사는 공사의 기본인 설계서와 시방서조차 작성하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강행됐다.

특히 해당 부지는 문화재 보호를 위해 사전 심의가 필수적인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임에도 문화재심의위원회의 심의 절차마저 완전히 패싱했다.시공사가 계획보다 7,000㎥나 많은 22,000㎥의 흙을 쏟아부으며 불법으로 필지를 합치고 기존의 자연배수로를 무참히 뭉개는 동안, 감독 기관인 안동시청은 현장 점검조차 하지 않았다.

산불 이재민을 돕는다는 명분 아래, 정작 평생을 살아온 원주민 14가구의 생업과 목숨을 담보로 잡은 꼴이다.현장에서 목격한 불법 성토의 증거들과 처참한 주민 피해는 안동시청의 탁상행정과 시공사의 배짱 공사가 낳은 전형적인 인재(人災)다.

주민들은 현재 안동시청의 공식 사과와 책임자 처벌, 그리고 성토 높이를 당초 계획인 1.33m로 즉각 낮추는 원상복구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기습 폭우가 예고된 본격적인 장마철을 앞두고, 안동시청이 주민들의 마지막 구조신호마저 묵살한다면 다가올 홍수 피해의 모든 법적·도덕적 책임은 전적으로 안동시청이 져야 할 것이다. 김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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