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2일이면 개정 형사소송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 공소청법 등이 시행된다.
이른바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행을 불과 두 달 앞둔 시점에서도 후속 법령 정비와 조직·인력 재배치, 수사기관 간 업무분담 등 핵심적인 준비가 충분히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인권을 직접 다루는 형사사법 제도라면 '일단 시행하고 문제가 생기면 고치자'는 접근은 매우 곤란하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내놓은 「개정 형사소송법의 변화와 필요조치들」 보고서는 바로 이 문제를 짚고 있다.
개정 형사소송법은 단순히 검사의 수사권을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보완수사요구·시정조치요구·재수사요구’의 내용이 바뀌고,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권이 신설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의신청이 가능한 고발인의 범위, 재정신청 권한, 특별사법경찰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 삭제, 공소기각 판결사유 확대 등 형사사법 전반에 걸쳐 상당한 변화가 뒤따른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는 관련 법령의 정비다.
현행 형사사법 관련 법령에는 1954년 제정된 형사소송법 체계 아래에서 검사가 수사기관이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규정들이 적지 않다.
과거의 수사권 조정조차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법령도 존재한다.
국제형사사법 공조법의 일부 조항은 여전히 검사의 사법경찰관 수사지휘권을 전제로 하고 있고,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역시 범죄사실이 발견되거나 의심되는 경우 검찰에 고발하거나 수사의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형사소송법의 기본 틀이 바뀌는데 주변 법률이 과거 체계에 머물러 있다면 현장에서는 법률 간 충돌과 해석의 혼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시행일 이전에 관련 법령을 전수 점검하고, 충돌하거나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정은 신속하게 개정해야 한다. 이것은 정치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법체계의 정합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다.
여의도 일각에서는 중수청은 어디까지 준비됐는지에 의문점이 많다.
조직과 인력 문제가 결코 가볍지 않기때문이다.
새롭게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조직 규모와 지원 인력이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전환되면 상당한 인력 재배치가 불가피하다.
관련 법 부칙은 기존 검찰청 인력을 기본적으로 공소청이 승계하도록 하되, 희망자에 한해 중대범죄수사청 소속 공무원으로 임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대검찰청 검찰제도개편 TF 설문조사에서 검사 910명 가운데 중수청 근무 희망자는 고작 7명, 0.8%에 불과했다.
반면 공소청 근무 희망자는 701명, 77%에 달했다.
이 숫자는 단순한 선호도 조사가 아니다. 중수청의 수사인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보여주는 지표다.
공소청에 인력이 지나치게 집중될 경우 유휴인력이 발생할 수 있고, 반대로 중수청의 수사인력이 부족하면 제도의 핵심인 중대범죄 수사 역량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
경찰 역시 예외가 아니다.
경찰 인력이 중수청으로 이동할 경우 일선 경찰의 수사력 저하 가능성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
결국 검찰·경찰·중수청 사이의 인력 이동을 단순한 '자리 이동'으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의 수사역량을 어떻게 최적화할 것인가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보완수사권 논란, 결국 국민이 피해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이번 제도 개편에서 가장 민감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역시 보완수사다.
개정 형사소송법에서는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이 폐지되고 보완수사요구권이 중심이 된다. 제도의 취지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제한하는 데 있다.
문제는 수사기관 간 책임과 역할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을 경우, 사건 처리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6월 기준 보완수사와 재수사의 처리기간은 평균 56.6일에 이른다. 이미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 상황에서 보완수사 요구와 수사기관 교체가 반복된다면 사건 처리 기간은 더욱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형사사법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다.
피해자는 경찰을 찾아갔는데 경찰은 검사의 보완수사를 기다리고, 검사는 다시 수사기관에 보완을 요구하고, 사건은 다시 다른 기관으로 넘어가는 일이 반복된다면 제도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과 수사의 책임을 분산시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더라도 국민 입장에서는 하나의 사건이다. 따라서 기관이 달라졌다는 이유로 수사의 완결성과 신속성이 떨어져서는 안 된다.
'수사 완결성'을 높이는 것이 해답이다
그런 점에서 기존 수사기관의 역량 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회입법조사처도 검사와의 초기 협력을 확대하고 수사인력을 보완·강화해 수사의 완결성을 높임으로써 보완수사 요구 자체를 최소화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동·환경·식품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분야를 담당하는 특별사법경찰의 수사역량도 점검해야 한다.
검사의 수사지휘권이 폐지되는 만큼 특별사법경찰이 독립적으로 수사를 수행할 수 있는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췄는지 살펴봐야 한다.
제도의 성공 여부는 결국 수사기관이 얼마나 전문적이고 신속하게 한 번에 제대로 수사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관 간 '형사사법 협의체' 필요하다
시행 초기 혼란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도 필요하다.
경찰·중대범죄수사청·고위공직자범죄수사청·공소청 등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들이 참여하는 상설 또는 한시적 협의체를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관별 권한을 놓고 충돌하기 위한 협의체가 아니라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업무 공백과 제도적 충돌을 신속하게 조정하기 위한 실무협의체가 되어야 한다.
또한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가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지속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별도의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
형사사법 개편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되는 부분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다.
아동학대 등 사회적 약자가 피해를 입는 범죄에 대해서는 개정 전부터 '전건송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과정에서 권한의 배분만 강조하다 보면 정작 범죄 피해자의 목소리가 뒤로 밀릴 수 있다. 특히 아동학대와 같은 범죄는 수사기관 간 책임 소재를 따지는 것보다 피해자 보호와 실체적 진실 발견이 우선돼야 한다.
필요하다면 전건송치와 같은 추가적인 제도 보완책도 범위를 명확히 정해 신속하게 논의해야 한다.
제도의 주인은 기관이 아니라 국민이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우리 형사사법 체계의 큰 변화를 의미한다. 검찰 권한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질문은 따로 있다.
수사기관의 권한이 줄거나 늘어나는 것 자체가 개혁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국민이 범죄 피해를 입었을 때 신속하고 공정하게 수사가 진행되고, 억울한 사람이 처벌받지 않으며, 범죄자는 법에 따라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형사사법의 궁극적인 목표다.
그렇다면 시행 두 달 전인 지금부터라도 국회와 정부는 관련 법령을 전수 점검하고, 중수청과 공소청의 조직·인력 규모를 확정하며, 경찰을 포함한 각 수사기관의 인력 재배치와 업무분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보완수사와 재수사의 장기화로 국민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수사 완결성·전문성·신속성을 확보할 구체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법과 제도는 한 번 시행되면 현장에서 국민의 삶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시행 이후 문제점이 발견되면 신속히 보완해야 하지만, 시행 전에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문제까지 '시행 후 보완'으로 미루는 것은 책임 있는 입법행정이라고 보기 어렵다.
형사사법의 대전환이 권력기관의 자리바꿈에 그쳐서는 안 된다.
오는 10월 2일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의 문이 열린다. 이제 필요한 것은 속도전이 아니라 국민의 권리와 안전을 중심에 둔 치밀한 준비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더라도 국민의 사건까지 분리되어서는 안 된다.
제도의 최종 책임자는 어느 기관도 아닌 국민이라는 사실을 국회와 정부가 잊지 말아야 할 때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