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이루던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범죄 수사와 기소를 한 기관이 함께 수행해온 기존 검찰 체계를 폐지하고,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이 맡는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다음 달 2일부터 시행된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개정 공소청법과 중수청법, 형사소송법, 정부조직법 등이 다음 달 2일 시행되면서 1948년 출범한 검찰청은 폐지된다.
검찰청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범죄 수사와 경찰 수사 지휘, 영장 청구, 기소 및 공소 유지를 담당하며 형사사법의 핵심 기관으로 자리해왔다.
하지만 새 체제에서는 수사와 기소가 제도적으로 분리된다.
공소청은 헌법상 검사의 권한인 영장 청구와 기소, 공소 유지 등을 맡는다.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직접 수사를 담당하지 않는다.
중수청은 부패·경제·방위사업·마약·국가보호·사이버범죄와 법왜곡죄 등 중대범죄 수사를 전담한다.
특히 중수청으로 이동하는 기존 검사들은 더 이상 검사가 아닌 '중수청 수사관' 신분으로 근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중수청에는 기소권이나 영장 청구권이 부여되지 않는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 조직과 인력의 상당 부분을 승계한다.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이 맡고 임기는 2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도록 했다.
광역공소청과 지방공소청, 지청 등 기존 검찰청과 유사한 조직체계도 유지된다.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 체제로 출범한다. 전체 정원은 2천874명이다.
본청에는 396명, 서울청에는 1천89명이 배치된다. 기존 검찰청 건물을 활용하는 공소청과 달리 중수청은 별도의 청사를 마련했다.
중수청 본청과 서울청은 서울 중구 르네스퀘어빌딩에 들어서며 대구·부산·광주청도 민간 건물을 청사로 활용한다.
공소청은 당초 기존 검찰 인력 1만700여명 가운데 상당수를 줄이는 방안이 추진됐지만, 최종적으로 검사 정원은 약 1천900명 수준에서 출범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향후 검사정원법 개정 등을 통해 인력 규모를 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검찰청 폐지는 수십 년간 이어진 검찰개혁 논쟁의 사실상 종착점으로 평가된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행사하면서 권한이 지나치게 집중됐다는 비판이 개혁의 핵심 배경으로 꼽힌다.
문재인 정부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와 검찰 수사권 축소가 추진된 데 이어 현 정부가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사실상 완전히 분리하면서 형사사법체계의 대대적인 재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그러나 제도 시행을 앞두고 우려도 적지 않다.
검찰의 보완수사권이 제한되면서 경찰 수사에 대한 실질적인 사법통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대표적이다.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사이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거나 기관 간 협의 과정에서 사건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경찰 수사의 오류나 부실 수사에 대해 공소청이 어느 정도까지 실질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가 새로운 제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계가 검찰 권한 분산이라는 개혁 취지를 달성하면서도 국민의 권리 보호와 신속한 사건 처리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을지는 향후 제도 운영 과정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78년간 유지돼 온 검찰 조직이 사라지고 수사와 기소가 별개의 기관으로 분리되면서 대한민국 형사사법체계가 전례 없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김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