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전속단체 국립창극단의 창극 '변강쇠 점찍고 옹녀'가 '세계 공연 예술계의 심장'으로 통하는 프랑스 파리의 테아트르 드 라 빌을 흥분시켰다.
'마담 옹'이라는 제목으로 14일 밤(현지시간) 현지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인 자리에서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았다. 시크한 파리지앵들이 기립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파리에서 창극은 낯선 장르다. 칸 영화제 본선 경쟁부문에 진출한 뒤 2000년 파리에서 개봉한 임권택 감독의 영화 '춘향뎐'과 안숙선, 이자람, 정은혜 등의 소리꾼 등을 통해 판소리가 여러 차례 소개된 바 있다. 2011년 3월 이자람의 '사천가'는 테아트르 드 라빌의 초청을 바아 이 극장의 4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공연하기도 했다.
판소리에서 파생됐으나 형식이 다른 창극이 현지에서 선보이는 건 그러나 이번이 처음이었다. 무대에 오르기 전 고 연출은 물론 안호상 국립극장 극장장,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의 심장이 두근거림을 멈추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그 두근거림은 긴장이 아닌 설렘을 원동력으로 삼고 있었음이 밝혀졌다.
한국 공연계에서 가장 뜨거운 연출가 고선웅의 첫 창극이다. 2014년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했다. 18세 관람 불가임에도 창극 역사상 최장기간인 26일 동안 23회 공연하며 호평 받았다. 지난해 5월 재공연에서는 객석 점유율 97%를 기록했다. 제8회 차범석 희곡상(2014)을 받기도 했다. 고전의 재해석으로 한국의 남녀노소의 호응을 이끌어 낸 데 이어 수준 높은 파리 관객의 눈도장까지 받은 셈이다.
파리 가을축제의 예술감독인 에마뉘엘 드마르시 모타가 극장장으로 있는 테아트르 드 라 빌은 파리의 중심지인 시테 섬을 지나 샤틀레 광장의 오른편이자 샤틀레 극장과 마주하고 있다.
안호상 극장장은 "예술의 흐름이 유럽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며 "일본, 중국과 다른 우리만의 스타일이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흡족해했다. "고전을 바탕으로 한 창극에 한국 대중이 먼저 반응했고, 이제 서양에서도 반응하고 있다. 놓칠 수 없는 기회라고 생각하고 칼을 갈고 왔다. 앞으로 더 발전시키면 한국 문화의 대표적인 상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변강쇠 점 찍고 옹녀'가 또 성적인 내용과 해학이 절묘하게 균형추를 이룬 작품이라는 점에서 특기할 만하다. 프랑스에서는 보기 드문 스타일이다. 모타 극장장도 "해학적인 것과 성적인 것이 동시에 함께 있는 건 새로운 경험이었다"며 "프랑스 관객에도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유럽 관객들에게 더 어필할 것"이라고 봤다. "흔히 동양에서 온 작품을 접할 때 유머러스한 부분과 성적인 것을 기대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인데 이런 선입견과 충동하는 지점에서 재미가 발생하는 지점도 있다"고 흥미로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