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 직원과 결탁해 급전이 필요한 개인에게 대출을 빌미로 속칭 '카드깡'을 해주고 300억여원을 가로챈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 송파경찰서는 사기 등 혐의로 한모(31)씨 등 6명을 구속하고 이모(41)씨 등 4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한씨 등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급전이 필요한 법인을 상대로 대포폰 1440대(20억원 상당)을 개통·처분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7월초부터 올해 6월까지 통신사 직원과 짜고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5403명의 신용카드로 문자메세징서비스업체의 통신요금을 대납해주는 수법으로 7694차례에 걸쳐 306억원 상당의 카드깡을 한 혐의도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4년 말께 사업계획서까지 만들어가며 범행을 모의했다.
'바지사장'을 확보해 서류상 회사(유령회사)를 설립한 뒤 인터넷 사이트와 브로커를 활용해 급전이 필요한 법인에게 접근했다. 자금을 융통해주는 조건으로 대량의 휴대전화에 가입시키고는 유심(USIM)칩만 제거해 중고폰 수출업체에 팔아치웠다. 유심칩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일당에게 넘겨 범죄에 이용하게끔 했다.
가입신청서를 위·변조해 다른 통신사로 옮겨가는 '번호이동'을 하는 수법으로 대포폰 445대를 지급받아 같은 방법으로 매입·처분하기도 했다.
이들은 또 은행권 대출이 어려운 통신사 고객에게 통신요금을 신용카드로 결제하게 한 뒤 결제액의 일부를 수수료로 떼갔다. 범행하려고 통신사 직원을 끌여들여 내부 전산시스템에서 문자메세징서비스업체 정보와 고객 데이터베이스(DB)를 빼낸 뒤 통신요금 수납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경찰은 올 3월20일 대출사기 진정사건을 조사하던 중 첩보를 입수하고는 수사에 착수해 순차적으로 검거했다. 범행 후 해외로 도주한 2명에 대해서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린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유령법인을 세워 카드가맹점으로 등록하고 신용카드 소지자를 모으는 카드깡 범죄가 비정상적인 통신요금 납부 체계로 가능했다"면서 "카드깡은 금융질서를 혼란케하고 개인도 신용불량자나 범죄자로 전락시킬 수 있는 행위인 만큼 통신사에 신용카드 결제시스템의 보완이 필요하다는 점을 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