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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경북신문

산상의 노래..
사회

산상의 노래

운영자 기자 입력 2014/07/21 19:58 수정 2014.07.21 19:58
조지훈/시인

높으디 높은 산마루
낡은 고목(古木)에 못 박힌 듯 기대어
내 홀로 긴 밤을
무엇을 간구하며 울어 왔는가.
 
아아 이 아침
시들은 핏줄의 굽이굽이로
사늘한 가슴의 한복판까지
은은히 울려오는 종소리.
 
이제 눈감아도 오히려
꽃다운 하늘이거니
내 영혼의 촛불로
어둠 속에 나래 떨던 샛별아 숨으라.
 
환희 트이는 이마 위
떠오르는 햇살은
시월상달의 꿈과 같고나.
 
메마른 입술에 피가 돌아
오래 잊었던 피리의
가락을 더듬노니
 
새들 즐거이 구름 끝에 노래 부르고
사슴과 토끼는
한 포기 향기로운 싸릿순을 사양하라.
 
여기 높으디 높은 산마루
맑은 바람 속에 옷자락을 날리며
내 홀로 서서
 
무엇을 기다리며 노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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