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승객과 승무원 298명의 목숨을 앗아간 말레이시아 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은 31년 전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를 떠올리게 하는 천인공노할 만행이다.
민간 여객기로서는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격추 사건이라고 한다.
민간인 희생의 아픔을 잘 아는 우리로서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에이즈 전문가들이 다수 탑승했다가 희생된 것도 학계로서는 큰 손실이다. 에이즈 치료법을 가지고 비행기에 탑승했는지는 그누구도 알길이 없다.
이제 국제 사회가 해야 일은 누구의 소행인지 밝혀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응징하는 것이다.
주범은 우크라이나 내 친러시아 분리주의 반군일 공산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외신보도나 각국 성명 등을 종합해 보면 말레이시아항공 MH17편은 친러시아계 우크라이나 분리주의 반군이 발사한 러시아제 부크(Buk))미사일에 격추됐다는 정황이 유력하다. 비록 오인 사격이라 주장할지라도 친러시아 반군의 소행이라면 국제사회는 철저하게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친러 반군과 러시아군 장교의 통화 도청 자료 2건을 공개했다. 이런 내용이 사실로 확인된다면 반군과 그 배후인 러시아가 응당 책임을 져야 한다. 국제 사회의 강력한 응징도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문제는 여객기 추락 현장이 분쟁지역인데다 현장보전조치 없이 방치돼 있어 이미 증거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로 인해 추후 미사일 발사 주체 조사나 진상 규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 여객기 격추 사건을 계기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민항기가 영공을 침범하더라도 격추하지 못하도록 민간항공협정을 개정했다. 이번 격추 사건이 이 협정을 위반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부터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건의 경위와 주범을 밝혀내야 한다.
일단 러시아 측이 국제조사에 동참한 것은 다행스럽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ICAO가 주관하는 국제조사에 합의했다고 한다. 시진핑 중국 주석도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조사가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국제사회가 관여할 필요도 있다.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서도 국제사회가 이번 기회에 발 벗고 나서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