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월호 참사 생존 단원고 학생들이 이틀에 걸쳐 법정에서 사고 당시를 증언했다.
지난 28일과 29일 이틀동안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열린 세월호 승무원 공판에 참여한 단원고 생존 학생들의 증언은 다시 한번 국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생존 학생들은“손을 뻗으면 닿을 거리에 해경이 있었다. 해경은 나오라고도 하지 않고 배에 오르지도 않았다. 구조 전문가들인 그들을 믿었는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학생들이 법정에서 전한 당시 상황은 이들이 왜 증언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대변한다. 승객을 구할 책임을 내팽개친 승무원과 눈앞에 학생들을 두고도 구조하지 않은 무능한 해경의 모습을 학생들은 적나라하게 목격한 것이다. 학생들은 당시 선실에서 빠져나와 비상구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구조를 기다렸지만 승무원이나 해경으로부터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한 학생은“밖으로 나오면서 친구들이 안에 많이 있다고 했는데도 해경은 바라보기만 했다. 우리를 구조한 건 해경과 선원이 아닌 친구였다”고 울먹였다.
학생들은 '특히 단원고 학생들 자리에서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이 반복된 것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탈출하라는 방송이 나왔다면 많은 인원이 배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 상황에서 왜 가만 있으라고 했는지, 시곗바늘을 되돌려 바꿔놓고 싶은 통한의 순간이다.
학생들은 증언을 마칠 때에는 재판부를 향해 승객을 버리고 먼저 배에서 탈출한 승무원들을 엄벌에 처해달라고 밝혔다.
또 처벌도 중요하지만 친구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달라고도 재판부에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혀달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이같은 절규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넉달이 다 돼가지만 바뀐 것은 없다.
특히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는 세월호 관련 입법과 진상조사가 몇 달째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만나 지난 16일까지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합의했던 세월호 특별법은 아직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한데는 여야 공동의 책임이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책임이 크다. 사법체계가 흔들린다며 수사권 부여에 난색을 표시하면서 특별법 제정을 미루다가 이제는 특검의 추천권 문제를 놓고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특별법 처리는 정략을 앞세운 여야의 이견으로 계속 미뤄지고, 세월호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 채택을 위한 여야 협상도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힘겹게 증언대에 서기에 이른 아이들에게 언제까지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려고 이러는지 답답하다.
“승무원 처벌도 중요하지만 친구들이 왜 그렇게 돼야 했는지 근본적인 이유를 밝혀달라”는 한 학생의 절규에 새누리당과 정치권의 답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