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부터 주민등록번호 유출로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주민번호 변경이 허용될 전망이다.
또 정보유출 책임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적용되고, 개인정보 유출로 얻은 범죄수익은 몰수·추징된다.
안전행정부는 지난주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개인정보보호 정상화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개인정보 관리에 대한 근본 대책을 만들겠다며 지난 6개월간 TF를 가동한 결과 치고는 내용이 미흡하다. 주민번호 변경 허용도 생명·신체를 해치거나 재산상 중대한 피해를 입을 것이 확실할 때와 성폭행 피해자 등으로 한정해 기준이 모호하다.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사실상 온 국민이 정보를 털린 상황에서 기준이 모호하면 시행 과정에서 마찰이 생길 게 뻔하다.
또한 주민등록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일러야 내년부터 변경이 가능하다.
또한 범죄피해를 당할 것이라고 불안에 떠는 경우에도 주민번호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을 적극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범죄피해가 입증된 뒤 주민번호 변경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를 생각하면 아주 근거가 없는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
외국처럼 피해 입증이 어려워도 개인이 원하면 다 바꿔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민번호 관리체계 전면 개편은 무작위 발행증 번호 등 다양한 대체수단이 거론됐으나 9월 공청회 이후로 또 밀렸다. 유출된 주민번호가 중국에서 떠돌아 다닐지도 모르고, 다시 유출될 수도 있는데 정부의 논의는 느려도 너무 느리다.
오는 7일부터 시행하려던 주민번호 수집 금지도 내년 2월까지 6개월간 계도기간을 두기로 했다.
정부가 처벌 수위를 높였지만 국민 불안감은 여전하다.
감사원은 최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이 금융당국의 안일한 감독 탓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개인정보 보호를 전담하는‘제3의 기구’에서 법 제정뿐 아니라 집행과 제재까지 하고 있다. 우리는 안전행정부 금융위 방통위 등 각 부처별로 집행이 분산돼 있어 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