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정부가 11일 북한에 통지문을 보내 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19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지난 2월 12, 14일 두 차례 열렸던 1차 남북 고위급 접촉의 후속 접촉인 셈이다.
정부는 추석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비롯해 쌍방의 관심 사항을 논의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5·24 대북 제재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까지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열린 자세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뜻으로 보여 반갑다. 5·24 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는 북한이 절실하게 바라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천안함 피격에 대해 북한의 책임 있는 조치가 없는 한 5ㆍ24조치를 해제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던 이전과는 사뭇 다르다. 날짜도 북측 요구에 따라 협의 조정이 가능하다고 했다. 접촉 성사 의지가 그 만큼 강하다는 얘기다.
북한이 제의에 호응할지는 미지수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통일 대박론, 드레스덴 구상, 통일준비위원회 출범 등 박근혜정부 일련의 대북정책을 흡수통일 기도라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월 1차 고위급 접촉도 한 차례 설맞이 이산가족 상봉 이후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며 미사일과 단거리 로켓 등을 잇따라 발사, 사실상 중단됐다. 인천 아시안게임 남북 실무 접촉도 체류 비용 부담 문제 등에서 이견을 보여 결렬된 상태다.
그런데 우리가 접촉을 제안한 19일은 한미군사연습,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기간이다. 북한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날짜다.
그래도 이제는 북한이 응답해야 한다. 대화와 협상 테이블로 나와 마주 앉아야 대화가 되고, 대화가 있어야 서로의 정확한 의중을 확인하고 주장도 펼칠 것 아닌가.
눈앞에 다가온 추석 이산가족 상봉과 인천 아시안게임의 북한 선수단, 응원단 참가 문제부터 의제로 다루고 합의하면 된다. 고위급회담이 성사돼 다시 남북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