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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김성령 김성령 하는 게 아니다”..
사회

“괜히 김성령 김성령 하는 게 아니다”

운영자 기자 입력 2014/06/02 20:35 수정 2014.06.02 20:35
연극 ‘미스프랑스’서 인기 실감
 ▲     © 운영자
TV드라마와 영화에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배우의 무대 출연은 양날의 검이다. 자신의 표현력을 날것으로 새삼 인정받거나, 편집에 의존했던 것이라고 괄시받거나.
드라마‘야왕’과‘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상속자들’등에서 세련된 외모와 연기력, 영화‘표적’에서 카리스마까지 인정 받으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김성령(47·사진) 은 전자에 해당된다.
그녀의 스타성을 시험 받고 있는 무대는 연극‘미스프랑스’. 첫 연극 출연은 아니다. 2005년‘아트’, 2008년‘멜로 드라마’이후 6년 만에 세 번째 연극이다.
하지만 1988년 미스코리아 진으로 뽑힌 이래 가장 주목 받고 있는 김성령이다. 그녀의 연기를 바로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다.
거칠게 축약하면, 김성령 연기의 ‘종합선물세트’로 평할 만하다. 미스프랑스를 선발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미디극이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초연했고 이번에 국내 첫 선을 보인다.
원제는‘둘보다는셋이좋다’(JAMAIS 2 SANS 3)다. 김성령이 1인3역을 한다는 것도 관심사다. 미스프랑스 선발대회 조직위원장‘플레르’, 그녀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닮은 호텔 종업원‘마르틴’, 그리고 플레르의 쌍둥이 여동생‘사만다’를 한 무대에서 소화한다.
미스코리아 진 출신인 그녀가 미스프랑스를 다룬 작품에 출연하므로 기시감이 든다. 그녀의 실제 모습을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전한다.
젊은 여성들의 새로운‘워너비’로 떠오르고 있는 김성령은 어느덧 쉰에 육박하는 나이에도 변치 않는 미모와 농익은 매력을 보여준다. 우아함과 품격이 넘치는 플레르, 청순하면서 귀여운 마르틴, 입이 거칠지만 섹시하면서 속은 여린 사만다, 이 모든 모습을 김성령 안에서 발견할 수 있다.
세 캐릭터의 공통점은‘백치미’다. 앞서 황재헌 연출은 좌충우돌하고 깜빡 잊는‘미스프랑스’속 이 캐릭터들이 김성령의 본 모습 같다고 짚었다. ‘상속자들’에서도‘허당’의 맛을 보여준 김성령은‘미스프랑스’에서 이 기운을 마음껏 뽐낸다. 특히 실어증에 걸린 플레르를 연기할 때 제대로 된 문장 대신 여러 브랜드의 상표 이름을 맥락 없이 내뱉을 때 관객들은 포복절도한다.
허당 코미디 연기는 배우들이 연기변신을 위해 비교적 쉽게 선택하는 정답지다. 특별한 기술 없이 망가지기만 하면 된다는 인식이 짙다. 김성령의 힘은 이 지점에서 발휘된다. 백치미를 거리낌 없이 드러내면서도 우아함(플레르)·여림(사만다)·청순함(마르틴)의 끈을 끝내 붙잡는다. 막판 카메오처럼 등장하는 마트틴의 쌍둥이 언니의 순진한 모습은 덤이다.
‘표적’이 최근 제67회 칸 영화제 비경쟁 부문인‘미드나이트 스크리닝’에 초청받아 플레르처럼 붉은 옷을 입고‘미스프랑스’의 본고장인 프랑스에 다녀온 그녀는 빽빽한 스케줄에 목이 쉬는 등 악조건 속에서도 분투한다.
세 캐릭터를 동시에 연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의상과 헤어 변화가 따른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한 노동이 필요하다. 관객들 바로 앞에서 땀을 흘리며 애쓰는 모습 자체에서 느껴지는 페이소스도 극을 보는 재미다.
다만 완벽한 무대 발성이 아니라 공연장 끝에서는 잘 들리지 않을 수 있는 목소리는 단점이다.
 이를 제외하면 김성령의 미모와 연기를 보는 90분 내내 즐겁다. 덕분에 그녀가 출연하는 평일은 공연장이 꽉꽉 찬다.
극 역시 유쾌하게 즐길 만하다. ‘썸걸즈’‘그와 그녀의 목요일’로 인정받은 황 연출 특유의 말맛이 잘 살아 있다. 1인3역의 빠른 전환을 위해서는 등퇴장이 중요한데 파일홀더 같은 모양으로 여러 공간에 출입구를 만든 무대 배경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마지막 ‘누구나 다 아는 호텔’에 김성령이 연기하는 세 인물이 동시에 모여 동선이 끊임없이 엇갈리는 장면은 좀 더 합을 다듬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대학로 연극계의 내로라하는 배우 이지하(44)가 김성령과 같은 역을 연기한다. 연극배우 노진원, 김하라, 안병식 등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력도 인상적이다. 7월13일까지 서울 대학로 DCF 대명문화공장 수현재시어터에서 볼 수 있다. 5만원. 수현재컴퍼니. 02-766-6506 김성령, 연기 종합선물세트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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