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하지만 치료법 달라야…
한 달 전 아빠가 되어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A씨는 요즘 전신이 아프고 시리다고 호소하는 아내 때문에 고민이 많다. 함께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이 없다는 말뿐이라 답답하기만 했다.
아내는 그 사이 날로 심해지는 증상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다 급기야 우울증 증상까지 겹쳐 거의 누워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치료를 위해 백방으로 정보를 알아보던 A씨는 아내가 호소하는 증상이 산후풍과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하고 한의원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최근 산후풍이라 알려진 증상들이 사실 섬유근통증후군(섬유근통)으로 밝혀진 경우가 많다는 기사를 접하고 병원 선택에 혼란을 겪고 있다.
정상적인 신체는 외부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며 균형을 맞추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더울 때는 땀을 흘려 체온을 낮추고 추울 때는 그와 반대로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출산을 하게 되면 호르몬으로 인해 전신의 관절이 확장되고 많은 기력을 소모하며 면역력이 떨어져 외부환경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이때 몸속으로 차가운 기운이 침투하면 손, 발, 허리, 어깨 등 온몸이 저리고 시린 산후풍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섬유근통은 근육, 힘줄, 인대 등 연부조직이나 섬유조직의 통증과 함께 피로감과 불면증에 시달리는 증상이다. 손으로 누르면 통증을 느끼는 특유의 압통점이 있는데, 증상이 산후풍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산후풍과 섬유근통은 엄연히 다른 질환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관련, 서울 논현동 우성한의원 박우표 원장은 3일 “산후풍은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불안정해진 산모의 근육, 관절, 힘줄, 인대에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는 것으로 섬유근통과 비슷하지만 원인이 다르다”고 말했다.
산후풍은 우선 출산 후 몸속에 쌓이게 되는 어혈과 노폐물을 배출하고 기혈손상을 적극적으로 보하는 것이 우선이며, 한약 녹용보궁탕을 복용하면서 몸 상태에 따라 차가운 기운이 자리 잡아 시림, 저림, 통증 등을 유발하는 부위에 침과 약침요법을 병행해 치료하는 것이 순서라고 박 원장은 설명했다.
섬유근통은 통증을 다스리는데 있어 근육, 관절, 인대를 순환시키는 강근골환을 처방하고 약침요법을 병행하는 등 산후풍과 그 맥락이 비슷하다.
하지만 그 원인이 출산 후 약해지고 늘어진 몸에 침투한 차가운 기운이 아니라 신경전달 호르몬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것인 만큼 근본적인 치료는 산후풍과 접근을 달리한다.
박우표 원장은 이에 대해 “산후풍은 고통스럽지만 적절한 처방을 통해 충분히 치료할 수 있으며 시간이 많이 경과되지 않을수록 예후가 좋고 회복이 빠르다”며 “특히 출산 후 관절의 경직과 통증, 몸 전체나 부분적인 시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섬유근통보다 산후풍을 의심하고 초기부터 적극적인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