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해 정부가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지역에서는 포항 경제자유구역 사업과 관련한 전 시장의 수백억대 축재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전 시장이 자신의 땅이 있는 곳으로 경제자유구역을 유치했다는 의혹이다.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사법기관이 조사해야 된다.
그러나 LH공사가 재정악화 등을 이유로 사업을 포기함에 따라 당시 산업부가 포항 경제자유구역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결정해 사실상 사업이 무산될 상황이었지만 후임 시장 등이 나서 사업을 살려냈는데, 이후 민간사업에 수백억원의 국·도비 지원과 수천세대의 아파트 허가까지 이뤄져 특정 업체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어 이 또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포항 융합기술산업지구(이하 융합지구)는 지난 2008년 5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의 10개 단위개발사업지구 중 하나로 결정됐다.
그러나 이 지구는 시행자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2015년 하반기로 잡혀있던 포항 블루밸리의 공장용지를 공급한 뒤 재추진을 검토하겠다고 미뤄 사업진행이 늦어졌다.
문제는 포항 융합지구가 2014년 8월까지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하지 않으면 경자구역 지정에서 해제될 상황이었던 것이다.
관련 보도들에 따르면, 앞서 LH는 이미 2011년 5월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이하 경자청)에 “손을 떼겠다”는 의사 표시나 다름없는 '시행자 변경'을 요청한 바 있다.
더욱이 산업자원통상부는 2013년 7월과 10월 두 차례나 대구경북경자청에 포항 융합지구를 '조기 구조조정' 하도록 권고했다. 이로인해 대구경북경자청도 산업부의 이같은 지시를 포항 융합지구가 사실상 경제자유구역 조성사업에서 제외된 것으로 받아들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2014년 6월 후임 포항시장(당시 당선자)이 사업추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함에 따라 포항시는 경상북도, 대구경북경자청과 공조, 산업지구 재추진을 위해 대체사업자를 물색하고 산업통상자원부 경제자유기획단을 수차례 방문해 지정해제 대상에서 제외토록 지속 건의했다.
또한 지역 국회의원도 산업통상자원부장관에게 지정해제 대상에서 제외할 것을 요청해 결국 해제 대상 제외 약속을 받아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북도도 당시 도지사의 특별지시로 수차례에 걸친 관련부서 회의를 거쳐 산업단지에 입주할 기관 및 기업을 찾는 등 정치권과 자치단체가 적극 나서 지정해제될 사업을 부활시키는 쾌거를 달성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포항시 관계자는 “산업지구 개발이 원활히 추진되면 포항시의 강소기업 유치정책의 기틀이 마련되고 뛰어난 연구 인프라가 시너지 효과를 거둬 철강일변도의 산업구조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기업유치를 통한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문제는 이후 민관공동사업에서 LH가 빠지고 민간사업이 된 곳에 지나친 특혜가 이뤄졌다는 점이다.
포항 융합지구는 당초 2008년 5월 산업시설용지 145만㎡, 인구수용계획호수 589세대였다.
그러나 후임 시장이 심사장에 직접 찾아가 심사위원들을 설득하는 등의 노력으로 포항 융합지구는 2015년 7월 2차례의 재검토 이후 3번째에 조건부로 산업시설용지 60만㎡, 인구수용계획호수 2,500호로 살아났다.
민간업체 사업에 토지수용권까지 줬다. 더 이상 인구호수를 늘리지 않는 것 등이 조건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돈 안되는’ 산업용지는 절반이하로 대폭 줄이고 ‘돈 되는’ 아파트 호수는 4배이상 대폭 늘인 것이다. 쉽게 말해 업체의 사업성이 8배나 늘어난 것.
이에 따라 대구경북경자청은 2016년 5월 산업용지를 53만9천여㎡로 좀더 줄이는 등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실시설계를 허가했다. 실시설계는 최종 허가여서 이후 변경은 사실상 불가하다. 일부 작은 변경은 몰라도...
그렇지만 3년이 지난 2019년 3월 산업용지는 48만2천여㎡로 또 다시 줄었으며, 특히 지구내 초등학교 건립에 필요하다고 인구수용계획호수를 4,456호로 거의 2배 가까이 대폭 늘렸다.
외국기업의 투자나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당초 사업계획과는 달리 사실상 대규모 주택단지 조성사업이 된 것이다. 인근 포항 북구의 대표적 주택단지가 초곡인데, 초곡단지 세대수가 4천여 세대인 것과 비교해도 쉽게 알 수 있다.
그런데도 포항시와 경북도는 이 사업이 경제자유구역 사업이라는 이유로 민간사업으로 바뀐 이곳에 국.도비 760억원을 지원해 진출입 인터체인지와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해주고 동부청사를 비롯해 각종 기관 건물 부지로 지정해 주고 있어 특정 업체에 대한 지나친 특혜라는 목소리가 높다.
한편, 포항 융합지구 일부 지주들은 헐값 보상에 문제를 제기하며 수년째 소송을 벌이고 있다.
김재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