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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한글박물관 ‘이내말삼 드러보소’…내방가사 등 260점 공개

뉴시스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1/12/23 16:49 수정 2021.12.23 16:50
내년 4월 10일까지…각종 여성 생활사 유물

 

내방가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집단 여성문학이다. 여성들이 창작과 전승의 주체가 됐으며, 조선시대에 주로 남도 일대에서 많이 지어졌다. 여성들이 살아온 실제 삶의 모습이 솔직하고 소박하게 표현됐다.


국립한글박물관과 한국국학진흥원은 기획특별전 '내방가사-이내말삼 드러보소'를 23일 개막한다.


그간 조선시대 여성의 문화를 다루는 전시에서 내방가사가 간헐적으로 선보였지만, 여성이 남긴 한글 기록이라는 점을 앞세워 가사의 노랫말을 본격적으로 다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전시는 1794년 창작된 '쌍벽가'부터 21세기에도 여전히 창작되고 있는 90여편의 내방가사와 각종 여성 생활사 유물, 여성 잡지, 여성 교과서 등 총 172건, 260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내방가사는 가사문학 중에서 가장 늦게 학계의 주목을 받은 장르다. 이번 전시에는 12편의 신자료를 대거 공개하는 한편, 현전하는 가장 긴 14m 길이의 내방가사 '헌수가'를 소개한다.


이번에 최초로 공개되는 자료는 ▲내방가사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남성을 화자로 한 계녀가 '계녀통론' ▲변형된 계녀가인 '모녀 서로 이별하기 애석한 노래라'가 있다.


아울러 네 번 결혼하고 불에 덴 아이를 홀로 키우는 덴동어미의 비극적 삶을 그린 '뎬동어미화전가'는 화전놀이에서 뎬동어미를 비롯한 여성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고 이해하는 연대감을 묘사한 내방가사의 백미로, 전시실에서 화사한 벽면 영상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내방가사 전승은 낭독과 필사라는 독특한 문화를 가지고 있으며 한국 여성문화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주는 기록물로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이 한글을 활용해 자신의 삶과 애환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다. 내방가사의 기록유산적 가치에 주목해 2019년부터 한국국학진흥원과 국립한글박물관은 내방가사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시키기 위해 협력 중이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에서는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펼쳐지는 여성들의 희로애락을 선보인다. 조선시대 어머니의 아들자랑, 성공한 여성들의 이야기, 시누이·올케의 갈등 등 다양한 내방가사를 만날 수 있다.


2부 '세상 밖으로'는 근대와 식민지라는 격동의 시대에 직면한 여성들의 삶과 생각을 마주할 수 있다. 남녀평등과 학교교육을 주장하는 '해방가', '위모사'와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여성들의 역사교육 교과서였던 수종의 '한양가'를 볼 수 있다.
내방의 문이 열린 근대 시기에 내방가사는 더 활기를 띠며 창작됐다. 이전 시기부터 향유되던 작품들도 지속됐고 전통적 사고를 반영하면서도 새로운 인식을 드러내는 작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드물지만 완전히 태도를 바꿔 변화된 세상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전면에 다룬 작품도 나왔다.


특히 이 시기에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여성의 노고를 전하는 가사인 '만주망명가사'가 새롭게 등장했다. 식민 통치가 강화되던 때, 독립운동을 하는 남편의 뒷바라지를 위해 만주로 떠나는 심정을 기록한 만주망명가사 속에는 세상의 변화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여성의 시선이 담겼다. 가사의 노랫말이 널리 퍼져 세상을 바꾸길 염원하는 노래였던 의병가사, 독립군가도 이 시기에 새롭게 등장했다.


3부는 가족이 잘되길 기원하는 여성의 마음과,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창작되고 있는 내방가사를 소개한다. 지금도 내방가사 창작과 향유를 이어가는 내방가사 작가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가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와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전시는 내년 4월10일까지.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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