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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波息笛 만파식적 - 소멸의 징조, 부활의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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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波息笛 만파식적 - 소멸의 징조, 부활의 희망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4/12 15:59 수정 2022.04.19 16:29

정 여 산<br><자유기고가>
정 여 산
<자유기고가>
크리스마스와 함께 기독교 최대 절기가 부활절이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성탄절은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 해를 신과 함께 맞이하는 시기다. 해마다 벚꽃이 한창인 4월 봄 날에 찾아오는 ‘부활절’은 모든 과오와 허물을 털어내고 새로 태어나는 생명의 축제다. 부활이란 당연히 죽음을 전제로 한다.

 
이번 주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을 기리는 ‘고난주간’이다. 가급적 이 때에는 기독교인들과 약속은 피하는 게 좋다.

불교에서는 어느 시기를 정해서 고난을 기념하는 절기는 없고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욕망과 탐심에서 벗어나기 위한 길고 먼 해탈의 과정을 겪는다. 기원전 6세기 네팔 남부 히말라야산 기슭에서 흰 코끼리 태몽을 꾼 마야부인 옆구리에서 태어난 본명 싯다르타 가우타마, 석가모니는 ‘천상천하 유아독존’으로 고행과 포교를 하다가 80세에 오른쪽으로 누운 채 생을 마감했다.


이슬람에서는 매년 4월에 라마단을 지킨다. ‘타는 듯한 더위와 건조함’을 뜻하는 아랍어로 예언자 무하마드가 코란 첫번째 경구를 계시 받은 날을 기념하는 무슬림 최대 명절이다. 이 기간은 음식, 흡연, 성행위, 폭력, 분노 등을 삼가야 된다. 해가 뜰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금기를 지키고 그 이외 시간에는 음주와 폭식이 허용된다. 다만, 참전 군인, 여행자, 어린이나 노약자, 생리기간 여성들은 예외다.

 
부활절을 앞두고 몇 가지가 떠오른다. 코로나가 훔쳐간 일상의 복원, 경기 회복, 상생과 화합의 정치 부활 등. 그 중에서도 ‘지방의 부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부활이란 앞에서도 짚었듯이 죽음이나 소멸을 전제로 한다. 그 정도로 지방이 사라지고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 일자리, 출산율, 자영업자 매출 등 여러 지표에서 이미 식물상태가 되어 있는데 특히 심각한 것이 ‘지방 정치의 종말’이 아닐까 한다.

 
이번 대선 결과에도 나타났듯 한반도의 동쪽 지방은 빨강, 서남부는 파랑색으로 정치 지형이 고착화되고 있다. 그 동네에서는 그 색깔만 달고 나오면 무조건 당선, 바꿔 말하면 각각의 색깔과 반대되는 정치는 그 곳에서 더 이상 발붙일 여지가 없다는 것. 과매기나 부추, 또는 보리굴비나 홍어도 공천만 받으면 당선된다는 비아냥거림이 상식으로 통하는 지경이다.


윤 후보 당선으로 파랑색 지역에서는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실종된 듯하다. 혹시라도 있을 정치보복이 신경 쓰이고 기대했던 보상이 물거품 된 것에 망연자실하고 있다. 빨강색 지역도 마찬가지다. 소위 진보세력들은 입지가 좁아지다 못해 손바닥 만한 조각위에 여러 사람이 올라서는 신문지 게임을 방불케 한다. 서로 끌어안거나 업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게임인데, 아예 동지를 밀쳐내고 혼자 살아남으려는 발버둥마저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그렇게 해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벚꽃이 흐드러진 봄 날 오랜만에 고향을 찾았다. 친구들과 담소는 자연산 돌멍게보다 시원하고 쌉싸름하다. 건강과 가족들 소식을 확인하면 어김없이 세상 돌아가는 얘기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이 번에 누가 시장으로, 도의원, 시의원으로 출마한 얘기들이 커피 반찬으로 등장하게 된다. 

 

같은 커피 맛이 화제에 따라 쓰거나 달게 느껴지고, 웃음소리와 고성도 오고 간다. ‘그 친구는 사람은 괜찮은데 당이 문제야’, ‘지역구를 착실히 다지긴 했는데 중앙에 끈이 약해’, ‘국회의원이 안 밀어주니 될 리가 없지’, ‘그 당은 이제 발붙일 곳 없는 궤멸 상태다’. 전문가 수준의 논평과 해석이 쏟아지지만 그래도 지역을 살릴 유능한 일꾼 뽑아야 한다는 것에는 너나 없이 동의하게 된다. 대부분 이야기 마무리는 정치의 실종 혹은 부재로 귀결되어 씁쓸하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도시의 소멸을 확인하게 된다. 마리우풀이란 도시는 이제 역사상에서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일본 동북대지진 때 츠나미가 휩쓸고 간 센다이 보다 파괴상태가 심각하다. 센다이는 10년이 지나 도시 모습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10여년간 일본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은 눈물겨운 지역 재건에 노력해 왔다.


우리 지방도시들도 쇠퇴가 더 이상 심각해지기 전에 ‘부활 대책’이 나와야 한다. 진영과 파벌을 넘어 다양한 세대와 계층으로 구성된 진정한 ‘지역회생협의회’ 운영이 시급하다. 최소 10년은 활동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람과 물자를 적기, 적재, 적소에 배분해야 한다. 스페이스 월드나 스카이 워크 같은 테마파크엔 반드시 일자리 창출과 관광 파생 상품이 따라붙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로 사진 뿌리고 SNS 자랑질로 그칠 일은 아니다.

 
지방 ‘부활’에 진심인 스마트하고 듬직한 알짜가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 신동엽 시인 말처럼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마르고 닳도록 곳곳에 고인 물 자기사람 심어 두고 스트로를 꽂는 ‘사꾸라’는 벚꽃과 함께 훅 날려 가기를. 멀리 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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