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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波息笛 만파식적 - 정당공천 폐지법안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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萬波息笛 만파식적 - 정당공천 폐지법안을 촉구한다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6/08 17:44 수정 2022.06.08 17:45

정 여 산<br><자유기고가>
정 여 산
<자유기고가>
지방선거가 끝났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루하게 펼쳐지던 좌우, 보수 진보 내전(?)이 잠시 휴식기를 맞았다. 지켜보는 국민들도 지쳤다. 일단은 여당의 승리다. 기초단체장 226석중 국민의힘이 145석을 차지(64.2%)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 7곳중에서 5곳을 획득했다.

이재명 의원이 이후 국정 운영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윤석열 정권은 국민 지지에 힘입어 안정적 국정운영에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게 되었다. 국론 분열과 일자리 창출 지지부진, 출산율 저하 등 민주당 실정에 실망을 느낀 국민들이 새 정부에게 국정 추진 에너지를 몰아주려는 것이 표심으로 나타난 것이다. 검수완박 법안 강행처리, 박완주 성비위 사건 등 감점 요소들도 민주당 패배에 한 몫을 했다.

윤석열 정부는 5월 광주 기념식 행사에 참석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허용 등 국민적 지지 회복에 노력하여 일정부분 효과를 본 것이다. 여론조사에서 부정평가는 뚜렷이 감소하고 긍정평가는 지속적으로 상승 중에 있다. 야권이 기대한 이재명 바람은 대선 패배이후 너무 빠른 등판과 지역구 선택의 명분 등에서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권은 취임초기 대선 연장전 성격에 취임식 컨벤션 효과, 한미 정상회담 여파도 유리하게 활용했다. 이로 인해 윤 정권은 인수위 시절 발표한 원자력 산업 생태계 강화, 성장 지향형 산업전략추진, 식량주권 확보와 농가 경영안정 강화, 이제는 지방대학 시대 등 110대 국정과제를 부처별로 본격 추진하게 될 것이다.

포항은 국민의힘, 광양은 무소속 시장 당선으로 산업구조조정과 신성장동력 육성에 박차를 가하게 된다. 이강덕 시장은 동해안대교 건설, 미래 신성장 산업의 육성, 4대 도심하천 생태 복원, 호미반도 국가해양정원 지정 추진, 포항산단 산업단지 대개조 추진 등에 힘을 쏟게 된다. 지역 주력기업인 포스코는 정부 정책방향에 부응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필요한 기회를 발굴하고 선거기간 중 삐걱거린 지역사회와 융합에 필요한 조치를 포항시와 협의하게 될 것이다.

지역기업과 지자체는 적대관계가 될 수 없다. 두 번 다시 기업을 선거에 악용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기업을 볼모로 정략을 펼치는 일을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포스코가 밝힌 5년간 33조원 투자와 일자리 2만 5천명 전략 실행 낙수 효과가 포항과 광양지역 사회에 퍼지길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다.

기업의 경영활동에 걸림돌이 될 만한 사항을 선제적으로 발굴해서 제거하는 활동을 하는 정치인들이 유권자들 지지를 얻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다음 선거에서는 어느 시의원, 도의원이 지역기업 등골을 빼먹었다, 빨대를 꽂았다는 얘기가 더 이상 안 나와야 한다. 당사자뿐 아니라 캠프 관계자들 중에도 국회의원, 시장, 시도의원을 등에 업고 호가 호위를 일삼는 정상배들은 사라져야 한다.

선거가 끝나갈 즈음 SNS에는 선거기간 중에 자신의 표현에 상처입은 분께 사죄한다는 포스팅을 보게 된다. 뭐 하러 이런 사죄를 할 글을 굳이 올렸을까. 상처 줄 말을 하지도 말고 이런 무의미한(오히려 패배자들을 두 번 울리는) 글도 올리지 않는 게 예의다. 포항의 한 여성 시의원에 대해 도를 넘은 공격이 있었다. 평소 지병에 대한 말들이 나돌았는지 모르겠으나 해당 후보의 부음을 퍼 나른 사례가 있었다. 당연히 유권자들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다행히 피해를 입은 해당 후보는 보란 듯이 당선되었다.

지자체 선거는 풀 뿌리 민주주의를 실천한다는 장점이 있을 지 몰라도 오랜 세월 같은 동네에서 인연을 맺고 살아오는 사람들 정서적 유대 근간을 뿌리째 훼손하는 폐단도 있다. 오랜 객지생활 후 귀향했을 때 누구와는 말이 안 통해서 같이 자리하기가 싫다는 얘기를 가끔 들을 때 난감하고 씁쓸했다. 순수하게 정치적 이념으로 나뉘어진 친구들도 있어서 이 부분을 봉합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는데, 그 결과나 소용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친구들이 더 많아 안타깝다.

“나는 정치나, 종교, 철학 문제에 의견이 다르다는 것이 친구와 거리를 두어야 할 이유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토마스 제퍼슨의 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제는 선거로 패인 골을 메우고 다시 화합으로 지역 상생의 길을 모색해야 할 때다. 포항의 도시재생을 담당하는 친구는 모든 상황속에서 ‘기승전 도시 재생’을 부르짖고 있다. 그가 추천한 ‘변종의 늑대’(김영록 저)에 오늘날 우리 나라와 지역사회가 나아갈 방향과 대응 전략이 잘 나와 있다. 마침 포항에 애플 아카데미가 유치되어 이 책의 저자가 제안하는 일들을 실행해 볼 기회가 열려 있다.

당과 진영을 초월해서 좋은 아이디어는 차용하고, 제거해야 할 것들은 속히 없애는 일에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정치에서 정당 깃발이 왜 필요한가에 대한 의문은 이번 선거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지자체장, 시 도의원 정당 공천폐지가 조속히 입법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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