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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회생을 위한 줄탁동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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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회생을 위한 줄탁동시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07/05 16:53 수정 2022.07.05 16:54

정 여 산<br><자유기고가>
정 여 산
<자유기고가>
쌍용자동차 경영정상화 길이 열렸다. KG그룹과 파빌리온 컨소시엄이 새로운 주인으로 정해졌다. 쌍방울이 스토킹호스 방식으로 막판까지 경합을 벌였으나 자금 동원에 대한 설득력 부족으로 고배를 마셨다. 왕년의 영광을 회복하고 오랜 침체를 청산할 사실상 마지막 카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쌍용차는 어쩌면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스테이크 홀더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쌍용차 회생에 대한 기대를 갖게 된다. 오랜 철강사 근무로 필자는 자동차 강판의 중요성을 체득하고 있다. 철강제품 꽃을 파는 철강업계나 원가 경쟁력 근원이라는 관점에서 구매하는 쪽 공히 자동차 강판을 최상위에 올려 놓고 있을 터이다. 필자는 2000년대 초반 철강회사 도쿄 주재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도요타자동차를 대략 30회 정도 방문한 것 같다. 1980년대 미국 자동차기업을 초토화시킨 도요타 경영에 대해 한국 대기업들은 번호표를 뽑아가며 벤치마킹을 했다. 한국 사람들의 냄비 근성이 도요타 베끼기(혹은 들여다보기)에 과열 현상마저 낳았다.
한 달에 두어 번씩 찾아가서 거의 똑 같은 질문을 하는데도 도요타 직원들은 특유의 친절함을 잃지 않고 몸에 밴 노하우를 소개하는 걸 지겨워하지 않았다. 들어서 이해하는 것과 성공적으로 실행하는 건 별개라는 자신감을 은근히 깔고 있었다. 따라할 수 있으면 해 보라는. 통역하는 입장에 낯이 뜨거워지는 질문도 많았다. 인터넷 홈페이지만 보면 알 수 있는 사항을 개념 없이 뻔뻔스레 묻는 방문자들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같은 회사에서 부서가 다르다는 이유로 물었던 걸 또 묻고 또 물었다. ‘종업원이 몇 명이냐, 생산량이 어느 정도냐, 5S를 설명해 달라’ 등. 조직별로 치밀하게 역할 분담을 해서 대상기관을 완전히 해체해버리는 일본기업들 벤치마킹 방식이 대조적으로 부러웠다. 오죽했으면 나는 ‘벤치마킹의 허와 실’이라는 책이라도 써야할지 깊이 고민 했을까.
다행이라 할 지 한국의 도요타경영 들여다보기는 2000년대 중반에 시들해졌다.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각 분야에서 일본 기업을 따라잡거나 능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무엇 보다 반도체를 앞세운 삼성과 LG가 소니와 마쯔시타를 제치기 시작했고,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베스트셀러 명단에 일본차 보다 상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포항제철이 신일본제철 경쟁력을 앞지르기 시작한 것도 이 같은 트렌드에 힘을 실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쌍용자동차 부활을 위해서는 책상 서랍이나 지난 문서철에 보관 중인 도요타 경영의 핵심을 다시 펼쳐 보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다. 쌍용이라는 이름대로 양쪽 사이드에서 줄탁동시의 협력이 긴요하다. 경영자와 노동자, 생산기업과 협력 파트너, 판매자와 대리점, 조립라인과 부품공장, 그리고 기업 경영자들과 정부 정책 결정자들간 긴밀한 연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어느 한 쪽의 노력과 헌신만으로는 숙면에 빠진 쌍 드래곤(龍)을 깨우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다. 도요타 ‘협풍회’처럼 생사를 같이하는 끈끈한 생태계 구축이 쌍용차 회생의 묘약이 될 수도 있다.
다행히도 쌍용의 옛 영광 혹은 신화가 아직도 우리 뇌리에 남아 있다. 코란도 열풍, 무쏘 신화, 체어맨 이미지를 되찾는 게 선결 과제다. 거칠고 힘찬 야성미가 매니아층들 사이에서 아직도 회자되고 있고, 마침 새 주인 결정과 맞물려 인기를 얻고 있는 토레스는 쌍용차의 완전한 부활을 예고하는 좋은 징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선 기존 자동차분야에서 실지 회복을 위한 경쟁력 강화가 급선무다.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부품산업과 물류 생태계의 동반 성장은 물론 지역사회와 협력을 모색하는 게 중요하다. 평택시는 ‘쌍용차 조기 정상화를 위한 범시민운동’을 전개하는 등 시의적절한 지원을 펼칠 모양이다. 해고 노동자 문제로 비치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이 회사는 12년 연속 노사분규 없이 안정적으로 경영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노동조합은 회생절차 개시 이후 무급휴업 등을 통해 위기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내연기관 종언 시대에 대응하여 전기방식 구동장치 개발을 위한 기술력 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연구개발, 설비투자, 인력 확보라는 과제에 새 경영진은 방점을 찍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KG 신화를 창조한 곽재선 회장은 자동차 분야에서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낼 것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컨소시엄으로 합세한 파빌리온 PE의 자금력과 북미, 중동 지역 등 글로벌 시장 네트워크는 쌍용차 경쟁력 강화에 핵심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기존 분야 경쟁력 회복과 새로운 영역에서 신화 창출이라는 두 마리 용이 승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금융권도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쌍용차라는 이름을 유지할지 KG모터스로 개명을 할 지 모르겠으나 왠지 KG모터스라는 이름이 글로벌 트렌드에 부합하고 심기일전에 긍정적일 듯하다. 도요타 경영혁신 엣센스를 적용하고 대내외 이해관계자와의 상생협력을 통해 부활한 쌍용차가 국민경제 발전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 일으키기를 기대한다. Korea Great Motors 쌍용차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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