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경기서 ERA 12.79로 부진
부진에도 믿음 보낸 박진만 대행
사령탑이 바뀌었어도 '끝판대장' 오승환(40·삼성 라이온즈)을 향한 신뢰는 여전하다. 허삼영 전 감독의 자진 사퇴로 삼성 지휘봉을 잡은 박진만 감독대행도 믿음을 보냈다.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오승환은 험난한 7월을 보냈다. 7월에 등판한 7경기에서 2패 1홀드 평균자책점 12.79로 극심한 부진을 보였다. 세이브는 하나도 수확하지 못했고, 블론세이브는 4차례나 저질렀다.
'끝판대장' 답지 않은 모습을 수 차례 노출했다.
지난달 9일 대구 SSG 랜더스전에서 9-5로 앞선 8회말 2사 1, 2루 상황에 등판해 1⅔이닝 3실점하며 SSG의 역전을 허용했다.
지난달 12일 수원 KT 위즈전에서는 3-2로 앞선 9회말 등판해 배정대에 동점 솔로포를, 앤서니 알포드에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았다. 오승환이 연속타자 홈런을 맞은 것은 프로 입단 첫 해였던 2005년 이후 17년 만의 일이었다.
오승환은 7월 22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는 삼성이 2-1로 앞선 9회말 등판해 선두타자 송성문에 동점 솔로 홈런을 헌납했다.
굳건한 신뢰를 보내던 허 전 감독도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겠다"면서 결단을 내렸다.
오승환은 잠시 마무리 보직을 내려놨다. 7월 27일 포항 한화 이글스전에서 6-3으로 앞선 6회초 등판했다. 당시 오승환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홀드를 따냈다.
이튿날인 7월 28일 한화전에서도 오승환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졌다. 2경기 연속 무실점 투구를 펼친 오승환은 다시 마무리 투수 자리로 돌아왔다. 7월 31일 대구 롯데 자이언츠전에서는 다시 세이브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삼성이 4-3으로 앞선 9회초 등판한 오승환은 1이닝 2실점하며 또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학주에 동점 적시 2루타를, 고승민에 역전 적시타를 맞았다. 삼성이 9회말 동점을 만든 뒤 연장에 가지 않았으면 오승환이 또 패전 투수가 될 뻔했다.
공교롭게도 이 경기 바로 다음 날인 지난 1일 삼성 구단은 허 전 감독의 자진 사퇴를 발표했다. 오승환의 마음도 편할 리 없었다.
그러나 남은 시즌 동안 삼성을 이끌게 된 박 감독대행도 오승환을 일단 믿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박 감독대행은 지휘봉을 잡은 첫날인 지난 2일 "정확하게 오승환의 몸 상태를 알지 못한다 그래도 일단 삼성의 마무리 투수는 오승환이다. 우선 믿겠다"며 "투수 파트랑 상의하고,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했다.
2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이 우천 취소되면서 하루 여유가 생긴 박 감독대행은 오승환과 면담을 갖고 직접 몸 상태를 파악한 뒤 한층 굳건한 믿음을 품었다.
박 감독대행은 3일 "오승환이 몸 상태가 좋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면서 "삼성의 마무리는 오승환이니 믿고 있다고 했다.열심히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오승환도 재차 각오를 다졌다는 것이 박 감독대행의 말이다. 박 감독대행은 "오승환이 최선을 다해 던지겠다고 했다. 분위기가 떨어지지 않도록 후배들을 잘 다독여서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오승환은 박 감독대행의 데뷔전이었던 3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팀이 1-3으로 끌려가다 패배해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현재 삼성 불펜에 오승환을 대체해 뒷문을 지켜줄 만한 자원은 우규민 외에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상황이다. 오승환이 제 몫을 해주지 못한다면 불펜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오승환이 허 전 감독, 박 감독대행의 믿음에 부응해야 삼성 불펜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일단 건재함을 보여주면서 자존심을 회복하고, 상대에 다시 위압감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오승환이 제 모습을 찾아야 삼성도 반등의 원동력을 하나 더 갖출 수 있다.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