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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반전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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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반전을 기대하며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2/12/01 16:45 수정 2022.12.01 16:46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장화를 꺼내 신는다. 바닷물이 바위의 표면 위로 찰방인다. 해초로 뒤덮인 바위 위를 한 발 한 발 조심스럽게 내디딘다.
수온이 낮을수록 해초는 더 싱그러운 빛을 띤다. 갑바를 입은 사람이 갈고리로 뭔가를 건져 올린다. 무엇을 잡고 있는지 궁금해져 근처로 가본다. 물밑에는 짙은 회갈색에 하얀 점으로 무늬 진 군소들이 보인다.
팔을 걷어붙이고 군소를 건졌다. 차갑고 물렁거리는 것이 기분 좋은 촉감은 아니다. 위협을 느꼈는지 군소는 손바닥에 보라색 액체를 뿜어낸다. 스스로 방어하는 방법이다. 군소의 명칭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군청색 색소를 뿜어내는 것에서 유래 되었다고 한다. 머리에 달린 한 쌍의 더듬이가 토끼의 귀와 비슷하여 지어진 이름도 있다. 어느 지방에서는 용왕에게 간을 내어주고는 바다에 눌러살게 된 바다 산토끼라 부른다. 바위의 해초와 이끼를 먹고 사는 순한 생물이다. 움직임이 굼떠 게으르고 미련해 보이지만, 몸을 보호해줄 집도 없이 자기만의 영역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
군소는 해안 마을에서는 제사상에 오를 정도로 귀한 음식이다. 살아있는 군소를 보면 물렁거리는 것이,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삶은 군소의 맛은 특이하다. 군소를 삶을 때는 타지 않을 정도의 물만 부어야 한다. 자체에서 많은 수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어른 손 보다 큰 것도, 삶고 나면 한주먹이 안 된다. 익으면서 몸 안의 수분은 죄다 꺼내 놓는 모양이다. 질긴 식감 때문에 얇게 썰어 먹는다. 쌉싸름하고 약간은 들큼함에 바다의 향과 맛이 짙게 배어있다. 애주가는 분명 소주의 뚜껑을 딸 것이다. 물렁거리는 몸에서 이런 쫄깃한 식감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나. 상상도 못 하는 맛이다. 이렇듯 군소는 반전의 매력을 가지고 있다.
어디 군소뿐일까? 이것은 이러하니 이러할 것이라 선입견을 품는 경우가 많다. 선입견으로 무언가를 판단하여 무시하기 전에, 우리는 그것의 반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예기치 못한 반전은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실망이 될지 매력이 될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아, 어쩌면 애주가의 잔은 와인으로 채워질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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