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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 또 하나의 눈..
문화

포토에세이 : 또 하나의 눈

일간경북신문 기자 gbnews8181@naver.com 입력 2023/05/18 16:21 수정 2023.05.18 16:22

 

-따뜻한 남서풍이 유입되고 햇볕에 의해 기온이 오르면서, 내륙과 동해안을 중심으로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르는 -
기상 캐스터는 오월 중순이지만 이틀간의 이른 불볕더위를 예보했다.
점심시간, 걷기를 포기하고 수양버들 그늘에 앉았다. 수양버들 가지에 바람의 리듬이 담겼다. 힘을 빼고 바람에 오롯이 몸을 맡긴다면 나도 저런 자연스러움이 나올까. 여름이 가까워질수록 잎은 초록이 짙어진다.
연못 안에 뗏목을 탄 사람들이 보인다. 낯설고 궁금증을 일으키는 풍경이다. 작업복 차림의 그들은 뭍에 연결된 밧줄을 당기면서 천천히 이동한다. 그들의 손에는 긴 낫이 들려있다. 해묵은 연(蓮) 줄기를 걷어내고 세력을 과하게 뻗은 갈대와, 연을 제외한 수생식물들을 잘라낸다. 뗏목이 지나간 자리에는 새로 자란 연잎들만 남았다. 손바닥만 한 붉은 잎은 조만간 초록으로 자라 영토를 마음껏 넓힐 것이다. 여름이 무르익는 어느 날에 연못 가득 꽃을 피워 사람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감탄사를 내지르게 할 것이다. 따가운 볕 아래 작업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지쳐 보인다. 그들의 수고를 알리고 싶어 차에서 카메라를 꺼냈지만, 다시 넣고 만다. 카메라를 들자니 왠지 미안한 마음이 들어 핸드폰으로 슬쩍 한 컷 남긴다.
평온한 산책을 마련해준 대상이 수양버들과 연꽃 같은 자연이라 여겼다. 그 안에 사람이 들어있었는데 말이다. 그저, 연밥(연꽃 종자)이 진흙 바닥에 파묻혀 천년이 지나서도 싹을 틔운다는 생명력을, 진흙탕 속에 자라면서도 맑은 꽃을 피우는 모습에 ‘꽃 가운데 군자’라 불린다는 것을, 불교에서는 청정함과 극락세계를 상징하는 꽃으로 여긴다는 정도로 알은체했다. 꽃이 지고 꽃받침의 구멍 속에 연밥이 익어가고, 겨울이 되면 연 줄기가 물속으로 꺾여 연밥이 바닥으로 자연히 묻히게 되고, 그것이 발아 하여 봄이 되면 물 위로 새잎을 올리는, 또 꽃을 피우고… 그렇게 자연의 순환으로만 유지되는 줄 알았다. 여태 다니면서도 그들을 보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다. 해마다 연꽃이 채워진 연못에 누군가의 수고가 깃들었음을.
알 수 없는 수고가 어디 이곳뿐이겠는가. 보지 못하여 모르는 감사한 일이 주위에 얼마나 많을까. 오늘, 하나의 눈이 더 만들어진 셈이다. 사물을 보며 누군가의 수고를 찾게 되는 눈은 마음에 연꽃을 피우는 일일 수도 있겠다.

 

 

소정 (嘯淨)<br>▶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br>▶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소정 (嘯淨)
▶글 쓰는 사람들의 모임 ‘에세이 문’ 회원
▶ ‘포항여성사진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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